최근 10년간 의료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단어가 전립선입니다.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이란 병명이 언론 매체에 단골로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전립선이란 장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그러면 전립선을 제대로 들여다봅시다. 우리나라에서 비뇨기과학을 전공하는 의사라면 찜찜한 것이 있습니다. 비뇨기과하면 피부비뇨기과로, 임질 매독 같은 성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뇨기과학을 'Urology', 비뇨기과 의사를 'Urologist'라고 하는데, 미국인 대부분이 무슨 뜻인지 잘 모릅니다. 인사 나눌 때 "Urologist(비뇨기과 의사)입니다"라고 하면 "뭐요?"라고 되묻습니다.
특히 노인은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간단히 설명해주면 "아! 당신은 Prostate의사군요"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프로스테이트(Prostate), 바로 전립선을 말합니다.
미국 노인은 비뇨기과 의사라면 몰라도 전립선 의사라면 금방 알아듣습니다. 왜냐하면 서구 할아버지 중 60세 이상의 60%, 70세 이상의 70%가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구에서 남성암의 발병 1위가 바로 전립선암입니다. 학문적으로 비뇨기과학이 독립된 의학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전립선이라는 장기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뜻도 됩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립선 질환을 중점관리 대상 질병으로 정해 열심히 홍보합니다. 각국 정부에도 이런 정책이 전달됩니다. 한국전립선관리협회도 10년째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노인은 전립선이 무슨 장기고, 어떤 조직인지 잘 모릅니다.
전립선은 여성에게는 없고 남성에게만 있는 내부 생식기관입니다. 한문으로 '前立腺'으로 표기하는데 영어 표기인 Pro(앞,前)-State(서다)를 직역한 것입니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밑에 위치하며 후부요도(後部尿道ㆍ요도가 방광에서 시작하는 부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크기는 2x3x4㎝정도고 무게는 15g정도입니다.
모양과 크기가 중간 정도의 밤알로 생각하면 됩니다. 밤톨만한 전립선이 많은 할아버지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60세 이상에서 절반 이상이 전립선비대증에 의한 배뇨장애를 겪습니다.
끔찍한 것은 우리나라도 10년 전만 해도 전체 남성암 중에서 10위권 밖이던 전립선암이 최근에는 5~6위로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전립선이 방광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위는 우리 몸의 골반강(骨盤腔) 가장 깊숙한 곳이어서 병이 있으면 증상이 애매하고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또 방광에서 시작하는 요도를 둘러싸고 있어 병이 생기면 오줌이 자주 마렵거나 누기 힘들고, 누어도 시원치 않는 방광자극증상과 배뇨장애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조물주에게 감사할 일은 전립선은 직장 앞에 위치하므로 전문의라면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립선 질병은 전문의의 손가락에 의해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고, 초음파로 전립선 크기까지 쉽게 계측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내시경으로 전립선 안쪽을 볼 수도 있습니다. 숙련된 전문의라면 전립선 질환의 진단쯤은 별게 아닙니다.
전립선 환자가 너무 많다 보니 수많은 제약사가 기찬 약품을 개발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약 몇 알로 괴로운 배뇨장애쯤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저 문제되는 것은 배뇨장애를 겪는 노인이 단지 늙어, 양기가 떨어져 그러려니 하고 체념하는 것입니다. 무지와 체념이 전립선 건강에 가장 큰 적임을 명심합시다.
권성원 강남차병원 비뇨기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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