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기위축으로, 다시 기업자금난으로 이어지면서 우려했던 연쇄도산사태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기업부도는 결국 실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대량부도→대량실업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쓰러지는 기업은 늘어나는데 반해 새로 생기는 기업은 점점 줄어, 생산과 일자리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부도업체 수는 9월(203개)보다 118개(58.1%) 늘어난 321개로 집계됐다. 일하는 날 기준으로 매일 15개 정도의 업체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쓰러진 것이다.
부도업체 수는 올들어 월 평균 200개 안팎을 유지했으나 9월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달엔 300개를 훌쩍 뛰어넘게 됐다. 2005년 3월(359개) 이후 가장 많은 업체가 도산한 것이다.
기업들의 부도확산은 업종을 망라하고 있다. 내수 침체에다 수출까지 둔화하면서 건설, 서비스, 제조업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부도가 빈발했다. 업종별 부도업체수는 ▦제조업이 9월 66개에서 10월 109개로 ▦건설업은 49개에서 65개로 각각 늘었으며 ▦특히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은 74개에서 133개로 배 가까이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80개에서 111개로 증가한데 비해, 지방은 123개에서 210개로 늘어 지방 사정이 훨씬 심각함을 보여줬다.
한편 경기침체로 창업열기가 식으면서, 신설법인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올들어 꾸준히 매달 4,000~5,000개 수준을 유지하던 전국 신설법인 수는 8월 이후 3달째 4,000개를 밑돌고 있다. 지난달 새로 생긴 법인수는 3,975개.
이에 따라 신설법인 수를 부도법인 수로 나눈 배율은 9월 26.2배에서 10월 18.8배까지 떨어져 2004년 12월(14.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배율이 낮다는 것은 쓰러지는 업체는 많고, 새로 생기는 업체는 적다는 의미다.
부도증가-창업감소는 경제의 신진대사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 부도로 일자리가 사라져도 창업을 통해 새 일자리가 생긴다면 고용은 유지될 수 있겠지만, 지금처럼 창업은 주춤하고 도산만 늘어날 경우 대량 실직사태는 불가피해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처럼 대기업 부도는 없기 때문에 대형 부도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경기흐름상 10월 부도율 증가는 긴 침체 터널의 초입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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