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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만든 '이소룡 액션 피겨' 딸려 중화권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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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만든 '이소룡 액션 피겨' 딸려 중화권 들썩

입력
2008.11.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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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 노키아가 요즘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1970년대 은막을 수놓은 홍콩의 세계적 액션 스타 이소룡을 기념하는 휴대폰이 이달 말 나오기 때문이다. 바로 '이소룡폰'이다. 이소룡의 생일인 27일에 맞춰 중국 등지에 한정 출시되는 이 휴대폰 가격은 무려 1,300달러(한화 188만5,000원).

초고가폰이긴 하나, 일반 프리미엄 휴대폰과 사실 별다를 게 없다. 노키아의 스마트폰 'N96' 뒷면에 이소룡의 얼굴과 서명을 인쇄한 정도. 정작 이 휴대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바로 한국인 덕분이다. 이소룡폰에는 한국인이 만든 관절이 움직이는 30㎝ 크기의 이소룡 실물 인형(액션 피겨ㆍaction figure)이 함께 제공된다. 휴대폰 업계에선 처음 있는 시도다. 한국인의 솜씨와 노키아의 기발한 마케팅이 만나 시너지를 내면서 가격이 800달러 정도인 N96은 졸지에 1,300달러의 가치를 갖게 됐다.

화제의 액션 피겨를 만든 주인공은 세계적인 피겨 아티스트 김형언(43)씨. 탁월한 손재주로 노키아의 얼을 빼놓은 그를 19일 경기 고양시 행신동 작업실에서 만나 '이소룡폰' 출시 배경을 들어봤다.

현재 홍콩의 액션 피겨 전문업체 엔터베이의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김씨는 이소룡의 열혈 팬으로, 2003년부터 직접 이소룡 액션 피겨를 만들어왔다. 홍대 금속공예과 출신인 그가 만든 이소룡 액션 피겨는 당시 미국의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 우연히 소개됐는데, 경매가가 순식간에 2,000달러 이상 치솟아 네티즌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액션 피겨가 관심을 끈 이유는 워낙 이소룡을 빼 닮았기 때문. 그의 작품이 얼마나 놀라운 지를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김씨는 2006년 미국 토이박람회에 여러 편의 이소룡 액션 피겨를 출품했다. 당시 이소룡의 미망인 린다씨는 이 작품을 보고 "마치 남편을 보는 것 같다"며 "세상에!"를 연발했다는 후문이다. 초상권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 배경이기도 하다.

놀란 것은 이소룡의 유족 뿐만이 아니었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도 김씨의 작품을 보고 경탄했다. 김씨는 "노키아가 엔터베이 측을 통해 휴대폰 제작 의사를 전해왔다"며 "이소룡 팬으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어 흔쾌히 응했다"고 설명했다.

정작 김씨는 노키아라는 기업을 정확히 몰랐다. 그는 "노키아가 그렇게 큰 업체인 줄 처음 알았다"며 "중화권에서 이소룡폰 때문에 인터넷이 떠들썩한 것을 보고 뒤늦게 의미 있는 일에 참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노키아에 제공하는 액션 피겨는 이소룡의 미완성 유작 영화 '사망유희'의 캐릭터를 흉내냈다. 눈을 비롯해 팔, 다리, 목 등이 자유롭게 움직여 각종 동작을 취할 수 있으며, 이소룡의 상징처럼 된 노란 트레이닝복과 쌍절곤을 들고 있다.

액션 피겨는 김씨가 손으로 원형을 만들면 엔터베이에서 이를 바탕으로 프레싱과 도색작업을 거쳐 양산된다. 엔터베이는 노키아의 이소룡폰이 판매될 때마다 김씨에게 라이센스 비용을 달러로 지불하게 된다. 그는 "경기가 어려울 때 외화 획득에 한 몫 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웃었다.

이소룡폰 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부터 엔터베이를 통해 '사망유희' '맹룡과강' '용쟁호투' 등 이소룡 영화의 장면들을 인용한 액션 피겨를 여러 편 내놓았다. 이미 전 세계 액션 피겨 애호가들 사이에 '어니'라는 그의 영어 이름은 유명하다. 덕분에 개당 40만원 이상인 그의 액션 피겨는 작품 당 4,000개 이상의 생산량이 모두 매진됐다.

이소룡 생일인 27일 이소룡폰과 별개로 영화 '정무문'을 흉내낸 그의 또 다른 액션 피겨가 한국 등 전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김씨는 "이소룡폰이 국내 휴대폰 제작업체를 통해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쉽지만 노키아의 이소룡폰이 캐릭터와 휴대폰이 만난 이색 마케팅의 좋은 사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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