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신은 머리카락이 앞에만 있다. 기회는 바람처럼 지나가고 나면 뒤에서 잡아챌 머리털이 없다.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들이자 기회의 신인 카이로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산업은 세계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주역으로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 자동차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구매자의 70% 이상이 할부와 캐피탈을 이용하고 있어 금융위기는 자동차 구매의 급감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10월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32%나 감소,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빅 3'는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포드 주가가 1.8달러로 떨어졌고 30달러 이상 하던 GM의 주가도 3.1달러로 떨어졌다. 도이체 방크는 GM 목표주가를0로 제시하면서 사실상의 부도가능성을 예측했다. 자동차산업 지원을 강조해온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향후 지원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개주 지사들은 즉각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왜 유독 자동차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첫째, 미국의 이 부문 종사자 250만여 명의 일자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동차산업은 전ㆍ후방 관련효과가 크다. 자동차산업의 생산 유발효과는 2.45로, 자동차를 400만 대 생산하면 600만 대 만큼 다른 재화를 생산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계뿐만 아니라 전장, 플라스틱, 철강산업을 이끌어 가는 마차효과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에서는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자동차산업의 기여도가 모든 산업 중 가장 높다. 지난해 자동차산업의 무역수지 흑자는 426억 달러였으나 전체 무역흑자는 146억 달러에 그쳤다. 자동차산업이 없었다면 250여억 달러 이상 적자를 냈을 것이다. 10월 무역수지의 흑자 전환에도 자동차산업이 일등 공신이었다.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자동차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고용과 전ㆍ후방 연관효과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빅3에 대한 지원액을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고,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들도 친환경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자동차산업은 세계적 침체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기회요소를 갖추고 있다. 우선 엔화가치 절상과 원ㆍ달러 환율 급등이다. 경쟁자인 일본차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20% 이상 높아져 대일본차 경쟁력을 높일 호기를 맞고 있다.
둘째, 금융위기에는 중ㆍ소형차가 보물이다. 자동차 수요가 줄어드는데도 중ㆍ소형의 비중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높은 중ㆍ소형차 비율에 원가경쟁력이 시너지를 낸다면 이번 위기는 기회가 된다. 일시적으로 어려워지겠지만 일본이 1970년대 오일쇼크 상황에서 소형차 경쟁력으로 미국 '빅3'를 따라잡는 계기를 만든 점도 좋은 교훈이 된다.
문제는 기회를 잡는 노력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에 버금가는 정부의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 미래 성장 동력원을 상실하지 않도록 미래 친환경 차량 기술의 개발 및 보급 확대를 위해 적극적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수출 증대,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활성화, 신성장동력으로서 우리 경제에 희망이 될 것이다. 노사와 민관의 일치된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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