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생성 사무차관을 지낸 퇴직 공무원과 가족이 살해되거나 상해를 입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본 열도가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경찰은 추가 범행에 대비해 역대 후생성 사무차관과 사회보험청 장관 등 약 40명의 신변 보호에 들어갔다. 후생노동성은 출입문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출입자 확인을 강화했다. 장관실과 사무차관실이 있는 층에는 경비원을 추가 배치했다. 후생성 사무차관은 공무원이 승진할 수 있는 후생성의 최고위직으로 후생성의 전체 업무를 기획하고 책임진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18일 오후 6시30분께 후생성 사무차관을 지낸 요시하라 겐지(吉原健二ㆍ76)씨의 도쿄(東京)도 나카노(中野)구 자택 현관 앞에서 부인 야스코(靖子ㆍ72)씨가 택배원으로 보이는 남성에 가슴 등을 흉기로 찔려 중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에는 역시 전 후생성 사무차관 야마구치 다케히코(山口剛彦ㆍ66)씨 부부가 사이타마(埼玉)현 사이타마시 자택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저녁 무렵 크게 다투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는 증언이 나와 범행은 하루 전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범인이 택배원을 가장해 현관에 침입해 부부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후생성 전 간부를 노린 연쇄 테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두 사건이 관련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테러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순한 상해나 살인사건인지 어떤지 확실하지 않은 단계여서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성 장관도 "정치적 목적으로 역대 간부를 겨냥해 저지른 테러라면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후생성 공무원들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18일 야근 중 사건 보도를 접한 한 공무원은 "아무리 비판이 있다고 해도 연금문제로 테러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 연금 관련 부서에서 일했던 다른 공무원도 "연금제도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요시하라, 야마구치씨는 일본의 현 기초연금제도를 만든 1985년 연금법 개정 당시 각각 연금국장과 과장을 맡았다. 후생성은 수년 전부터 전산 입력 실수 등에 따른 연금납부 기록 누락으로, 올해는 고이즈미(小泉) 개혁정책에 따라 시행된 후기고령자 의료보험제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후생성 일부 공무원은 "죽여버리겠다"는 거친 항의성 전화나 문서를 종종 받았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나가사키(長崎) 시장이 개인적인 원한을 품은 조직폭력배의 총에 맞아 숨지는가 하면, 우익단체원들이 2006년에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한 전 자민당 간사장 집에 불을 지르고 2003년에는 북일 대화를 주도한 외무성 심의관 집에 폭발물을 설치해 협박하는 등 관료와 정치인을 노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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