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는 주가, 폭등하는 환율 못지않게 심각한 쪽은 자금 시장. 돈을 풀어도 돈이 돌지 않는 중증 동맥경화상태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시중금리인하를 희망했지만 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은 좀 더 강력한 당국의 추가조치를 바라고 있다.
풀어도 꽉 막힌 돈줄
한국은행과 정부가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시중에 공급했거나 공급하겠다고 밝힌 자금은 무려 20조원 이상. 한은은 지난달 말부터 환매조건부(RP)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게 돈을 풀었고, 중소기업에 저리 대출하는 총액한도대출 규모도 크게 늘렸다. 이달 들어서는 시중은행들의 유동성난을 풀어주기 위해 은행채까지 RP 대상에 포함시켜 사들이고 있다.
하지만 약발은 없는 전혀 상태다. 한은이 지난달부터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나 시중금리는 이 '기준'에 아랑곳 않고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가계나 기업의 이자부담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대다수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이 달 들어 0.48%포인트, 3개월 은행채 금리도 이 기간 0.81%포인트 떨어졌지만 기준금리 인하 폭에는 한참 못 미친다. 기준금리 인하를 비웃기라도 하듯,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0월 8.13%에서 20일 현재 8.68%로 오히려 올랐다.
제2 금융권은 아예 채권 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 신용카드사들의 11월 카드채 발행규모(1,600억원)는 10월(6,400억원)의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고 캐피탈사 역시 9월 7,398억원, 10월 1,450억원에서 이달 600억원으로 급감했다. 채권발행을 한 자금조달이 사실상 막힌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급기야 꽉 막힌 채권시장을 살리기 위해 최근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방침을 밝혔고 한은은 다음주 초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가 대책 나와야
돈이 돌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장의 불신 때문. 갈수록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조금이라도 위험하다고 여기면 아무리 이율이 높아도 거들떠 보지 않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고위험 자산으로 여겨지는 건설사 관련 회사채, 여신전문기관 등의 채권 금리는 그래서 더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앙대 신인석 교수는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려면 추가 금리인하 같은 통화정책과 함께 채권안정펀드 등 미시적인 정책을 조기에 확정해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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