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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민주당에 희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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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민주당에 희망이 있을까

입력
2008.11.2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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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대해서 이미 고개를 돌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민주당이 하는 일들이 너무나 한심하기 때문이다. 10년이나 집권했던 정당의 경륜과 자존심은 간 곳이 없고 만년 야당, 만년 운동권처럼 사사건건 싸우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의 야당과 운동권은 열망과 패기가 있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호소력과 전략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그 모든 것을 잃은 채 그 시절의 전술만 구사하고 있다. '영혼'은 사라지고 전술만 남아 있다. 이런 지적에 화가 난다면 한 달 가까이 당사 바닥에 앉아 농성하는 김민석 최고위원을 보면 된다. 그것이 과거 운동권의 샛별이었던 김민석씨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민주당의 선택이기도 하다는 점이 놀랍다.

김민석 사건 대응은 옳지 않아

김민석 씨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으며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검찰은 김 씨가 사업가 2명으로부터 차명계좌를 통해 4억7,000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김 씨는 그 돈이 순수한 지원금이거나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검찰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표적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은 권력의 개"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의 구인장뿐 아니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거부했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에도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은 처음부터 대응을 잘못했다. 김 최고위원에 대한 수사가 야당탄압이라고 당론을 정한 민주당은 당사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의원과 당원들로 '사수대'를 만들어 영장 집행을 막았다. 시민들은 그 광경을 보면서 "지금이 유신체제도 아닌데 왜 농성을 하나. 무슨 민주화 투쟁을 한다고 공당이 법 집행을 막는 거야"라고 혀를 찼다.

박주선 최고위원이 내놓은 '신원 보증안'은 더 어이가 없다. 검찰 출신인 박 의원은 "김민석 최고위원이 도망을 치거나 재판에 응하지 않으면 민주당 의원들이 총사퇴하겠다는 신원보증서를 검찰과 법원에 제출하고 불구속 기소를 촉구하자"고 제안하면서 "그렇게 하면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제안은 민주당의 수준을 다시 확인시켜 줄 뿐이다.

김민석 사건 만이 아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접촉 발언' 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도 한심했다. 지난 6일 강 장관이 국회에서 종부세 위헌 소송 전망을 묻는 질의에 답변하다가 "헌재와 접촉했으나 확실한 전망을 할 수 없다. 세대별 합산과세는 위헌으로 갈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자 민주당은 "행정부가 헌재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중대한 헌정 유린사태"라고 규정하고 강 장관의 파면과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다음 날 민주당 의원들은 종부세 폐지에 반대하는 100만 명 서명 명부를 들고 헌법재판소를 방문했다.

행정부나 입법부나 헌재를 '접촉'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면 그야말로 '헌정 유린사태'인데, 자신의 접촉에는 너그러웠던 것이다. '상식 이하의 말실수' 임이 분명한 강 장관의 발언을 엄청난 의혹이 있는 것처럼 물고늘어지는 태도는 그 자체가 헌재의 권위를 해치고 민주당의 양식을 의심케 하는 것이었다.

언제쯤 공당으로 신뢰받게 될까

검찰과 법원, 헌재에 대한 민주당의 의심은 지난 10년간 이 나라를 다스려온 스스로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아직도 검찰이 표적수사로 야당을 탄압하고, 법원이 부당하게 영장을 발부하고, 헌재 판결에 외부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있다면 가장 큰 책임은 지난 10년의 정권이 져야 한다.

세계 경제가 불황의 끝이 안 보인다고 걱정인데 민주당이야말로 터널의 끝이 안 보인다. 언제쯤 공당으로서의 실력과 안목과 품위를 갖추고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전망이 안 보인다. 10년이나 정권을 잡고도 구시대 운동권처럼 싸우는 민주당…지도자도 보이지 않으니 누가 민주당을 일으켜 세울까.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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