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업체들은 정부가 내놓은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조선업체들이 정작 필요한 대책은 쏙 빠진 채 중소기업 신속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 트랙'을 억지로 끼워 맞춰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중소 조선업체들은 현재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문제를 꼽고 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은행이 조선업체의 선수금 반환을 보증해주는 제도로 이것이 발급되지 않으면 조선사가 수주계약을 했더라도 선주로부터 선수금을 받을 수 없다.
시중 은행들은 올 초부터 리스크관리를 이유로 선수금환급보증을 사실상 중단해 왔다. 이에 따라 중소 조선업체들은 계약금의 10~20%에 이르는 선수금을 받지 못해 부품 조달을 못하거나, 시설을 완공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C&중공업 관계자는 "2006년 말부터 올해까지 선박 48척을 수주했는데 11척에 대해서만 RG를 받았다"며 "나머지도 발급되면 운영자금에 숨통이 트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미분양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와 달리 조선업계는 몇 년치 일감을 확보하고도 시설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한국중소형조선협회 관계자는 "문제는 은행들이 자금 지원 중단으로 초래된 현 상황을 중소업체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 있다"며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어설픈 지원 대책으로 중소 조선사에 대한 불신만 높아져 신규 수주가 불가능해지는 등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소 조선업체 관계자는 "일부업체의 경우 정리가 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을 하지만 구조조정을 한다는 말을 듣고 선주사들이 수주를 꺼리고, 부품 업체들이 납품을 중단하거나 현금거래를 요구해 오면 우량 업체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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