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이달들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것에 대해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19일 이렇게 말했다."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데 우리 수출만 좋을 순 없는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 갑자기 찾아온 겨울 날씨보다 더 혹독한 '수출한파'가 본격화하면서 한국 경제는 점점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됐다.
1~10일 수출액 25.3% 감소
이날 지식경제부는 이달들어 18일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가량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1~10일 수출액은 73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11월 1~10일보다 25.3%나 급감했다.
주로 월초에 원자재를 수입, 가공한 뒤 월말에 이를 수출하는 우리나라 산업의 구조상 1~10일 수출입 실적을 갖고 11월 전체 실적을 확대 추정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본격적인 실적은 지금부터 월말까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추세로는 월말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이달 수출 감소세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이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11월 수출은 감소세가 분명한데 문제는 감소폭"이라며 "마이너스 한자릿수로 막을 수 있느냐 아니면 그보다 더 커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사실 수출 감소세는 이미 지난달부터 조짐을 보였다. 최근 확정치가 나온 10월 수출입 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374억달러에 그쳤다. 7월 수출 증가율이 35.6%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월 수출 증가율 한자릿수는 충격적 수치다.
대외여건 최악국면, 세계경제 동반침체
이처럼 우리나라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7일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했다. 일본이 경기침체를 뜻하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한 것은 7년만에 처음이다. 유로화 사용 15개국인 유로존도 2분기에 이어 3분기 성장률이 감소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선진국 시장 뿐 아니라 우리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개도국 시장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무역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이미 지난달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관세청 확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국 수출액은 7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지식경제부의 잠정치였던 1.8% 감소보다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26.0%, 자동차 -18.4%
수출 감소세는 주로 정보기술(IT) 제품과 자동차 등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2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0% 감소했다. 컴퓨터는 8억달러에 그쳐 38.1%나 줄었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특수가 사라지며 IT 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자동차도 미 자동차 시장이 침체에 빠지며 18.4% 감소한 28억달러 수출에 그쳤다. 더구나 다음달엔 GM대우차가 8일동안 공장 가동을 멈출 예정이다. 상황이 나아지긴 커녕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수입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무역수지면에서는 흑자가 될 것이란 기대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고 있어 지난달에 이어 11월에도 무역수지는 흑자가 될 것"이라며 "두자릿수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막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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