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56)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요즘 매일 아침 직접 차를 몰고 숙소인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북 경산에 있는 대경대학으로 이동한다. 10여년 전 집권당(신한국당) 사무총장의 힘이 얼마나 센지 보여줬던 그는 요즘 지방의 조그만 대학에서 부총장을 맡아 특강을 한다.
그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교육계에서도 프로가 될 생각"이라며 "학생들을 미용, 조리 등 각 분야 최고의 장인들로 키워내겠다"고 의욕을 밝혔다.
3선 의원을 지낸 손세일(73) 전 의원은 요즘 잠자고 식사할 때를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책과 씨름하고 있다. 그는 서울 도화동에 있는 연구실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구에 몰두해 최근 <이승만과 김구> 1부인 책 3권을 펴냈다. 이승만과>
언론인 시절이었던 1970년에 '이승만과 김구'란 책을 한 권 분량으로 쓴 적이 있지만 정치에서 은퇴한 뒤 이 주제에 대해 총 10권의 책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장시간 공부하다 보니 가족들이 힘들어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인 두 지도자에 대해 40년 가까이 연구한다는 데 대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두 사람처럼 대학 경영이나 강의를 맡거나 연구ㆍ저술 활동을 하면서 현직 이상으로 열정을 쏟아내는 은퇴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전직 정치인 대다수가 등산, 골프, 여행 등으로 '느림의 시간'을 보내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대학의 총장ㆍ학장으로 변신한 경우도 적지 않다. 재선 의원과 건교부 장관을 지낸 이정무(67) 전 의원은 한국체대 총장을 거쳐 현재 원주에 있는 한라대학 총장을 3년째 맡고 있다. 3선 의원과 농수산장관, 정무장관, 환경장관 등을 두루 거친 정종택(73) 전 의원은 고향에 있는 충청대학의 학장을 10여년째 맡고 있다.
3선 의원과 노동장관을 지낸 장영철(72) 전 의원은 대구에 있는 영진전문대학 학장을 맡아 '기업 주문식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4선 의원과 내무장관을 역임한 이해구(71) 전 의원은 안성에 있는 두원공과대학 학장을 지내고 있다.
정치적 재기나 새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대학 강의를 하고 있는 전직 의원들도 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양대 행정ㆍ자치대학원 초빙교수를 맡아 '한국정치론'을 강의하고 있다.
참여정부 핵심이었던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초빙교수로서 현직 기자 등 전문인들을 상대로 '정부와 언론'이란 주제로 세미나 강의를 하고 있다. 이 전 실장은 "언론과 정부 운영의 경험을 토대로 전문가들과 토론을 하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민병두 전 의원은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에서 객원교수 자격으로 '미국 대선과 정치커뮤니케이션' 등 세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민주당 이기우 전 의원은 장안대학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같은 당 최재천 전 의원도 영남대학 로스쿨의 겸임 교수를 맡을 예정이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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