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체육대회와 전지훈련으로 선수들이 겁나게 몰려와 시골 경제가 불황을 모르고 산당~께라." "날씨 좋고 인심은 더 좋아 겨울철만 되면 발길이 남도로 향하네요."
불황 한파에 때이른 추위까지 닥쳐 온통 얼어붙은 요즘,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은 따뜻한 겨울을 맞고 있다. 포근한 날씨와 훈훈한 인심을 앞세운 '스포츠 마케팅' 덕에 1년 내내 각종 대회가 끊이지 않고 동계 전지훈련팀이 줄지어 몰려들기 때문이다.
■ 강진 "축구 동계훈련 예약 끝"
"아, 죄송합니다. 올 겨울 축구 전지훈련은 예약이 다 찼는데요." "예, 예, 걱정 마십시오. 모든 게 준비 완료입니다."
19일 오전 강진군 군동면 종합운동장 내 강진군 스포츠기획팀 사무실. 이른 아침부터 전국 곳곳에서 걸려오는 예약 문의 및 확인 전화를 받느라 33㎡(10평) 남짓한 사무실 안은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하다.
강진군은 올 겨울 시즌 총 182개 팀, 5,000여명의 전지훈련 유치를 목표로 잡고 있다. 이 가운데 축구는 울산 학성고, 서울 석관중을 비롯해 60여개 팀이 신청,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다. 그런데도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스포츠 마케팅으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는 자치단체들 중에서 강진군은 단연 선두주자로 꼽힌다. 강진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국제대회와 전국대회, 전지훈련까지 합해 강진군 인구(4만2,000여명)의 15배가 넘는 66만여명이 다녀갔고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85억원을 넘었다"고 자랑했다.
■ 해남 "전국 고교축구팀 다 모였네"
19일 해남군 해남읍 우슬 종합체육관.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파릇파릇한 잔디가 깔린 축구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고교 축구선수들로 북적였다.
20일부터 12일간 이 곳에서 열리는 전국 고교축구 상비군 선발 및 해외파견 선수 선발대회에 참가하러 온 선수들이다. 해남군이 2006년 스포츠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래 유치한 대회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해남군은 대회 유치와 함께 매년 5만~6만여명의 전지훈련팀을 불러들이고 있다. 지난 1년간 스포츠 마케팅이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는 무려 74억여원. 이런 실적에는 해남군청 전 부서가 전국 대학의 축구팀, 배구팀 등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1부서 1팀 담당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큰 몫을 한다.
각 방마다 PC는 물론 화장실에 비데까지 설치하는 등 현대화한 숙박시설도 강점으로 꼽힌다. 서울 언남고 축구팀 정종선 감독은 "날씨가 좋아 쉬지 않고 날마다 훈련을 할 수 있는데다 물가가 싸고 인심도 후해 해마다 해남을 찾는다"고 말했다.
■ 선의의 경쟁자, 때론 협력도
이웃한 강진군과 해남군은 여러 면에서 여건이 비슷해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국제대회까지 치를 수 있는 수준의 해남 우슬 체육관의 모델은 강진 종합운동장. 해남군이 숙박시설 리모델링을 통해 대학과 실업팀 유치에서 상당한 실적을 거두자, 강진군도 최근 민자유치로 호텔,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 확충에 나섰다.
두 자치단체는 각각의 장점을 살린 협력 마케팅에도 나선다. 내년 2월 말 열리는 제45회 춘계 전국 중등축구대회를 공동유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두 지역을 오가며 훈련은 강진, 숙식은 해남에서 하는 팀들도 적지 않다. 해남군 관계자는 "2년 후 국도 18호선이 완공되면 두 지역간 이동시간이 10분으로 단축돼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협력할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민들도 "오서 오세요"
두 지역의 스포츠 마케팅 성공에는 지역 주민들의 힘이 컸다. 해남 주민들은 선수들에게 지역 특산품인 '한눈에 반한 쌀'과 고구마 등을 선물하고 농촌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강진 주민들도 경기장에서 응원과 함께 달걀, 감, 커피 등 간식을 제공한다. 선수단을 상대로 잠자리 제공하고 음식 파는데 그치지 않고, 훈훈한 인심을 베풀어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것.
강진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신삼녀씨는 "1년 내내 지역 주민보다 외지 손님들이 더 많이 와 불황을 못 느낀다"면서 "보답하는 마음으로 선수들에게는 음식값을 1,000~2,000원 정도 싸게 받는다"고 말했다.
강진ㆍ해남=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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