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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前삼성회장 생가 '문전성시'/ "부자 기운 받자" 바위 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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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前삼성회장 생가 '문전성시'/ "부자 기운 받자" 바위 덥석

입력
2008.11.2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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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기운 받으러 왔습니다."

19일 경남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1910~1987) 전 회장의 생가(生家)에는 초겨울 한파에도 아랑곳 없이 부자 기(氣)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오전 10시 경주 이씨 만석꾼 집 솟을대문이 열리기 무섭게 몰아 닥친 인파는 자연스레 기다란 줄을 형성했다. 늘어선 사람들을 따라가 보니 생가 안채 화단 옆에 볼록하게 튀어 나온 바위를 향한 줄이었다.

바위 앞에 선 50대 중반의 신사는 두 손을 벌려 바위를 덥석 끌어안고 한참 동안 있다 일어났다. 뒤이어 바위 앞에 선 한 할머니는 연신 바위를 쓰다듬으며 뭔가 중얼거렸다.

안채 앞 마당에서는 두 손을 하늘을 향해 벌린 채 크게 숨을 들이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안채 중심 기둥을 끌어안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모두들 갖가지 방법으로 부자 기를 받는 중이라고 생가 문화관광해설사 정종규(70)씨가 귀띔했다.

화단 옆 바위는 생가에서 1㎞ 가량 떨어진 마두산 정상과 이어진 능선의 끝자락에 위치해 기(氣)를 품고 있는 데다, 부의 상징인 '밭 전(田)'자 모양에 시루떡과 곡식가마니를 쌓아놓은 형상을 하고 있어 필수 방문지가 됐다고 한다.

지난해 개방 당시 바위 주변은 화단으로 출입을 통제했으나 바위가 입소문을 타면서 화단을 넘는 사람들이 많자 관리소측은 화단을 잘라 아예 바위로 통하는 길을 냈다.

바위에서 기를 받은 방문객들은 1,907㎡ 부지에 안채와 사랑채, 대문채, 광(창고) 등이 일자형으로 자리잡고 있는 생가 곳곳을 꼼꼼하게 둘러보며 이 전 회장의 발자취를 돌아보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글로벌 경제불황이 닥치면서 생가 방문객이 부쩍 늘어났다. 이무형 생가관리소장은 "개방 이후 평일 100~200명, 주말 300~400명 가량이 방문했으나 지난달부터 평일 200~300명, 주말 400~5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부자 나는 곳에 가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을 믿고 전국 각처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방명록에도 '부자 되게 해주세요', '부자 기운을 밥아 모두 부자 되세요' 등의 글귀가 많아 방문객들의 바람이 그대로 묻어났다.

건설업을 하는 이모(44ㆍ경기 고양시)씨는 "지난해 은행돈을 끌어다 서울 중견업체와 손잡고 경남 양산에 아파트 분양을 시작하려 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놓여 답답한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에서 친구 10여명과 함께 생가를 찾았다는 허모(55)씨도 "신문이나 방송은 물론 주위에서 온통 불황이라는 소리만 들려 이병철 회장의 재물 복을 받기 위해 왔다"고 맞장구를 쳤다.

실제 생가 안내판에는 "풍수지리에 의하면 이 집은 곡식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노적봉(露積峯) 형상을 하고 있는 주변 산의 기(氣)가 산자락 끝에 위치한 생가 터에 혈(穴)이 돼 맺혀 있어 그 지세가 융성할 뿐 아니라, 멀리 흐르는 남강 물이 빨리 흘러가지 않고 생가를 돌아보며 천천히 흐르는 역수(逆水)를 이루고 있어 명당 중 명당"이라고 적혀 있다.

지난 한 해 7만 명이 생가를 찾는 등 새로운 명소로 부각되자 군은 마을 입구에 대형버스 60대가 주차할 수 있는 3,400㎡의 주차장을 만들고 주변환경을 정비했다.

한편 이 전 회장의 21주기였던 19일 생가 마당에선 김채용 의령군수와 도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방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의령=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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