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권 보장도 좋지만 우리도 좀 생각해줘요."
서울시가 보행권 보장 차원에서 서울시내 주요 도로에 횡단보도를 확충키로 하자 인근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행인들이 거의 사라져 사실상 폐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종로와 을지로입구 등 도심 10곳을 비롯해 2012년까지 시내 주요 교차로 111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에 장애인과 노약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대로를 건너기 편해질 거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04년 4월 횡단보도가 생긴 시청광장 인근에 근무하는 신영재(45)씨는 "예전에 급할 땐 차도를 무단횡단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횡단보도가 생겨 안전하고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횡단보도가 설치될 경우 지하유동인구의 감소로 큰 피해를 입게 될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최근 중구청이 명동 롯데백화점과 맞은편 아바타몰에 X자형 횡단보도 설치 방침을 밝히자 명동과 소공동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8차례에 걸쳐 횡단보도설치 반대 집회를 가졌다. 종로5가 지하도상가 상인들 역시 국가권익위원회 및 서울시 등에 진정서를 넣었다.
명동지하상가에서 9년째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횡단보도가 생기면 누가 지하도로 내려오겠냐"며 "명동과 연결된 소공동 지하상가까지 합하면 200개 점포가 생계 걱정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청광장 새서울지하상가는 2004년 상가 입구 옆에 횡단보도가 생긴 이후 사람들 발길이 뚝 끊겼다. 상인회 안현수(42) 회장은 "상가 매출은 10분의1로 급감하고 신용불량자가 된 업주까지 생겨났다"고 하소연했다.
2006년 7월 횡단보도가 생긴 영등포지하상가도 마찬가지. 최지윤(46)상인회장은 "아이쇼핑이 구입으로 이어지는데 유동인구가 70%이상 줄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도상인들은 '횡단보도는 육교ㆍ지하도 및 다른 횡단보도로부터 200m 이내에 설치하지 않는다'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1조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의 입장이 단호하더라도 최종 허가 주체인 경찰청을 압박하면 의외의 돌파구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로4,5가 등 이미 심의를 통과한 곳이 상인들 반발로 아직 착공 일정을 잡기 못하고 있으며 나머지 심의대상지역도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대 최효승(건축학)명예교수는 11일 열린 '남대문로 명동입구 횡단보도설치 주민공청회'에서 "지하상가에 에스컬레이터와 휴식 공간을 마련하는 등 지하상권을 살릴 대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새서울상가 안현수회장도 "지상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것이 아니라 계단을 기피하는 노약자나 장애인도 편하게 지하보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보행권과 영세 상인들을 함께 살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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