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정부가 '옥석 가리기' 원칙을 확고히 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살릴 기업은 살리되 회생 불가능한 기업은 퇴출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불안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업계에 대한 지원책이 계속 발표되는 것과 동시에 은행에 대출 옥죄기를 하지 말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은행에게 계속 대출 지원을 요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는 "부실 건설업체 오너도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기는커녕 정부가 은행에 대출을 하라고 하는데 왜 안 하느냐고 큰 소리치는 경우가 있다"면서 "모럴 해저드를 조장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퇴출과 확실한 회생 사례가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유동성 위기뿐 아니라 업계 전체의 과잉 투자가 위기의 더 큰 원인인 건설업과 조선업의 경우, 지금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것인지 아닌지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업계 차원의 구조조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C 은행에서 기업 구조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는 "건설업계 상황이 과거와 달리 복잡하다"면서 "전에는 대기업이 대출을 해서 하청업체에 일거리를 나눠주는 식이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쉬웠는데 지금은 각 프로젝트 별로 시행사들이 따로 있고, 그 건마다 또 2~3개 은행이 공동으로 얽혀 있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은행이 지원이나 퇴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PF 우발채무'가 머지 않아 '확정채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선업체들도 대출 건당 규모가 크고 여러 은행들이 동시에 얽혀 있어 개별 은행이 구조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우리나라 조선업종 전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최근 호황 때 우후죽순으로 생긴 조선사들의 과잉 투자는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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