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내 전시장. 분주히 움직이는 미술관 직원들 사이로 벽에 겹겹이 세워진 나무 상자들이 눈에 띈다. 직원이 20개나 되는 나사를 빼고 상자를 여는 순간 눈부시게 붉은 빛을 내뿜는 그림이 고개를 내밀었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 실내> 가 한국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붉은>
자외선 손전등을 비추며 미술품의 훼손 여부를 꼼꼼히 살피던 'Art C&R 미술품보존복원' 김주삼 연구소장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김 소장의 말에 숨죽이고 있던 미술관 관계자들이 가슴을 쓸어 내렸다.
현대미술의 거장 작품들을 모시는데 007영화 뺨치는 기술과 작전이 전개되고 있다.
22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_화가들의 천국'에 초대된 작품은 총 79점. 세계 최고 수준의 근ㆍ현대미술 작품을 소장한 퐁피두 국립현대미술관의 명실상부한 대표작들로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 등 20세기 대표작가 뿐만 아니라 현재 주목을 받고 있는 동시대 작가 9명의 유명 작품들까지 망라돼 있다.
걸작들이니 만큼 몸값도 어마어마하다. 샤갈의 <무지개> 등의 작품들은 프랑스를 떠나기 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책정된 보험 보상액만 8,000여억원에 달한다. 무지개>
전시회를 주관하는 지엔씨미디어 홍성일 대표는 "보험액수가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가격을 매길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시립미술관 조주현 큐레이터는 "수 만명의 관람객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퐁피두에 직접 가기도 할 만큼 특A급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담은 나무 상자 가격만도 약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작품 상태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 등을 자동 조절하는 특수 상자이기 때문이다.
운송 과정 역시 국빈 대우 뺨친다. 이번 작품들이 퐁피두 문을 나서 파리 드골공항을 거쳐 14~16일 인천공항에 내리기까지 작품의 컨디션 체크와 안전 호송을 책임지는 호송관 4명이 화물기마다 따라붙어 안전을 책임졌다. 전시 관계자는 "워낙 고가이다 보니 사고가 날 경우에 대비해 작품들을 비행기 4대로 나눠 운송했다"고 말했다.
국내 도착 후 미술관까지 오는 길은 마치 액션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호송관 등을 태운 차량 7,8대가 미술작품의 화학적, 물리적손상을 막기 위해 항온, 항습 기능을 갖춘 '무진동' 차량을 내내 에워싼 채 이동했다.
여기에 특별히 반도체 운반차량 한 대가 더 동원됐다. 너비가 6m가 넘는 호앙 미로의 <어둠 속의 사람과 새> (274.5x637cm)라는 초대형 회화작품 한 점을 운송하기 위해서다. 어둠>
지엔씨미디어 정용석 이사는 "화물기에 들어가지 않아 액자에서 분리해 원통형 박스에 말아서 온 대형 작품은 국내 처음"이라며 "이 작품이 들어가는 무진동 차량은 국내에 1,2대 밖에 없는 반도체 운반 특수차량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술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번 특별전은 워낙 주의를 기울이다 보니 웬만한 해외 작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운송비보다 무려 3배 이상 들었다고 한다. '
퐁피두전'은 내년 3월22일까지 관람객들을 맞는다. 자세한 전시 일정은 전화(02_325_1077~9) 또는 홈페이지(www.pompidou2008.kr)를 참고하면 된다.
김종한 기자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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