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의 그늘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그 전조가 마침내 수출부문에서 나타났다. 내수 부진을 메워주며 우리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전선마저 무너지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이후 안정을 찾았던 금융시장도 외국인들의 줄기찬 주식 채권 매도 공세로 거의 그로기 상태다. 내수와 수출, 금융과 실물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데 도대체 어떤 '선제적이고 단호하며 충분한' 처방을 내놓았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이 달 18일까지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고 '월말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감소세는 피할 수 없다. 매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의 감소세 전환은 지난달 증가율이 8%대에 그쳤을 때 예상되긴 했으나 2002년 이후 6년 만의 일이어서 충격이 크다. 선진국은 물론, 우리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중국 등 개도국 시장이 급속히 위축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내년 성장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 기정사실화하는 와중에 어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은 "디플레 위험이 커졌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공격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업종을 불문하고 하루 15개의 회사가 부도나는 우리는 이미 '디플레 공포'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구조조정 회오리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또 다른 한파가 몰려오는 형국이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의 8000선 붕괴 영향으로 어제 우리 증시는 950선 아래로 급락했고, 환율은 10년 래 최고인 달러 당 1,497원으로 치솟았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약발이 3주 만에 끝나 달러유동성문제는 해결됐다고 장담했던 정부는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처지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묘수는 없다. 질서 있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해외의 신뢰를 높이고, 때를 놓치지 않는 과감한 부양책을 착실하게 펴는 게 왕도다. 관련 입법 등 정치권의 협조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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