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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시대 개막… 풀지 못한 숙제/ '저가 출혈경쟁 -> 콘텐츠 부실'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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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 시대 개막… 풀지 못한 숙제/ '저가 출혈경쟁 -> 콘텐츠 부실' 악순환 우려

입력
2008.11.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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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메가TV라이브'가 17일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IPTV 시대가 열렸다. 실시간 TV 시청과 다양한 주문형비디오(VOD) 프로그램 접근, 그리고 수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양방향 매체로 각광받는 IPTV. 점차 개인화되고 정시성에 속박되지 않으려는 시청자들의 성향에 어울리는 유료 미디어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IPTV의 가장 큰 난관이었던 지상파 방송 3사 콘텐츠의 실시간 전송 문제가 거의 해소됐고 대형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이 IPTV에 합류하고 있어서 '앙꼬 없는 찐빵'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는 불식됐다.

하지만 정부가 빠른 시간 내에 IPTV를 정착시키기 위해 내놓았던 각종 '장밋빛' 그림들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불안은 여전히 우울한 그림자로 새로운 미디어의 출발에 드리워져 있다.

제한된 파이를 놓고 가입자 경쟁을 벌여야 하는 IPTV 사업자들과 기존의 케이블TV, 위성방송업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저가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지역 방송사들은 나름대로의 불만을 이유로 IPTV에 반발하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콘텐츠의 남발도 우려된다. IPTV의 남은 문제들을 진단해 본다.

■ 공멸 부르는 저가경쟁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IPTV를 서비스할 LG데이콤은 월 수신료 1만3,000원 수준의 저렴한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 미디어들의 본격적인 저가경쟁이 결국 시작됐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4일 이용요금 약관을 승인한 KT의 '메가TV라이브' 기본형의 월 이용요금이 1만6,000원인 것과 비교할 때 LG데이콤의 상품은 3,000원이나 저렴하다. 약정 연한에 따라 할인폭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선보일 가격은 더욱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IPTV들의 저가경쟁이 가시화되면서 케이블업체들도 저가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등 유료채널 시장은 격변하고 있다. 한 업체는 2만원대의 디지털방송 서비스 비용을 1만원 이하로 낮춰주는가 하면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과 결합한 상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할인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출혈경쟁은 결국 IPTV를 비롯한 여려 매체의 속을 채워야 할 콘텐츠의 부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바로잡혀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한진만(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 방송학회장은 "디지털로 방송 환경이 기울고 있기 때문에 유료미디어들이 수신료를 낮춰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덤핑에 가까운 저가경쟁을 하면 결국 콘텐츠를 만들어 IPTV사업자 등에 공급하는 PP들에 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구조가 유발돼 제대로 된 콘텐츠가 생산되지 않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 지상파 전송 갈등 여전

지역방송과 언론노조 등과의 갈등도 IPTV의 정상궤도 진입을 위해 해소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19개 지역 MBC와 9개 지역 민영방송으로 구성된 한국지역방송협회는 지난주 IPTV의 지상파 재송신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밟게 할 것을 촉구했다.

지역방송사장단은 "방송법에 따르면 유료미디어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할 경우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IPTV법 시행령에 따라 균형발전을 도외시한 채 승인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방송의 이 같은 반발은 결국 IPTV 지상파 재송신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등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의 기준을 자산규모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완화하는 방송법시행령 개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또 방송통신위원회가 IPTV의 지상파 전송 승인을 하지 않는 데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도 밝혔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지역방송들은 더 이상 IPTV업체들과 지상파 전송 협상을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승인 절차를 밟지 않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직무회피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 저급 콘텐츠 남발 막을 방안 필요

시장 왜곡과 집단간 갈등 등 눈에 보이는 문제점 외에 IPTV라는 뉴미디어가 너무나 급작스럽게 시장에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이 설익거나 혹은 정제되지 않은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위험이 초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FTA로 많은 외국 콘텐츠가 안방까지 전달될 수 있게 됐고 여기에 방송 플랫폼 사업자가 급증하면서 결국 수용자들이 혼탁한 미디어 환경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김유경 한국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새로운 매체들을 채울 콘텐츠가 질적으로 향상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매체의 남발일 뿐"이라며 "단지 채널을 채우기 위한 무분별한 외국 콘텐츠 돌리기가 유발되지 않도록 IPTV 사업자는 서비스 시행에 앞서 충분한 연구를 수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진만 교수는 "정부가 IPTV의 장밋빛 미래만 강조하는데 무분별한 콘텐츠 공급으로 인한 중독 현상을 막는 방안부터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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