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한국 축구의 19년 묵은 한풀이에 나선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0일 오전 1시35분(이하 한국시간) 리야드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3차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격돌한다.
사우디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2위로 한국(53위)보다 한 단계 높고 역대 전적에서도 열세(3승6무5패)를 보이고 있는 '천적'이지만 대표팀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4-1) 대승의 여세를 몰아 사우디를 꺾고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각오다.
■ 악연의 고리를 끊어라
'사우디 징크스'는 아시아 축구의 맹주를 자처해 온 한국 축구로서는 치욕적인 기록이다. 축구 대표팀은 198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예선(2-0) 승리 후 19년간 사우디를 상대로 3무3패의 민망한 성적을 남겼다.
2000년 아시안컵, 2005년 독일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사우디전 패배로 대표팀 사령탑이 경질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19년간 진 빚을 돌려줄 때가 왔다. 특히 허 감독은 2000년 아시안컵 준결승전 패배로 지휘봉을 반납한 아픈 기억이 있어 설욕의 의지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 양박(朴) 활용법은
사우디전 승리의 열쇠는 '에이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쥐고 있다. 17일 대표팀에 합류한 박지성은 UAE전에 이어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을 이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경기 연속 출전으로 인한 체력 부담을 어떻게 극복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허 감독은 일단 박지성을 4-4-2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내세운 뒤 경기 상황에 따라 탄력있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래간만에 태극 마크를 단 박주영(AS 모나코)의 활용법도 관심을 끈다. 박주영은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중동 원정에서 유독 강점을 보였던 터라 이번에도 그의 발 끝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18일 대표팀에 합류, 훈련 시간이 부족한 탓에 '조커'로 대기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격적으로 선발 기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속죄 투혼 주목하라
수문장 이운재(수원)와 오른쪽 날개 이청용(서울)은 사우디전에서 '명예 회복'을 벼른다.팬들에게 심려를 끼친 죄를 '사우디 징크스 타파'로 만회하겠다는 각오다.
이운재는 2007 아시안컵 음주 파문으로 얼룩진 과거를 사우디전 승리로 씻어버린다는 목표다. 이운재는 대표팀 소집 당시 "새로 태어난다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비장한 의지를 다졌다. 태극 마크를 단 후 14년간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상대라 마음가짐이 더욱 새롭다.
이청용은 사우디전 득점포로 대표팀 합류 직전 K리그에서 과격한 파울로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패했던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겠다는 각오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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