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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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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철인

입력
2008.11.2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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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문자 창제는,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은 아닐지라도, 세계 역사상 가장 영웅적인 발명이지 않을까? <조선왕조실록> 을 토대로 한 연구자들의 견해는 일치한다. 한글은 세종 혼자 만들었다! 아내 자식 최측근 등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9할 이상 혼자 힘으로 이룩해 낸 업적이라는 거다. 한글의 우수성 독창성 합리성 등에 동의하는 이라면, 도무지 믿을 수 없다. 기존의 계속된 연구와 거듭된 실패를 거울 삼거나 토대로 삼은 것도 아니다.

말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게다가 왕 노릇을 지독히 열심히 했고 각종 병마에 시달린 사람이었다. 니체가 말한 초인이든 로봇이든 철인이 아니고서야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드라마 '대왕 세종'은 이러저러한 황당 허풍을 가미하고는 있지만, 세종의 경이적인 - 거의 엽기적인 - 창제 대장정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그러나 그의 위대한 자식은 그다지 사랑받지 못했다. 수백년간 암클 대우를 받았고, 일본인들에게 난자당했고, 반백년 영화를 누리기는 했으나, 이제 세계화 글로벌시대에 당하여, 폐가처럼 부서져 가고 있다. 십여 년 전에는 흔했던 한글을 지키자는 목소리도 그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만원짜리 그분은 한글 만드느라고 생고생한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을까?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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