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간 '빅딜', 금융기관 퇴출 및 인수ㆍ합병(M&A), 부실기업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10년 전 외환위기의 극복 과정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싸움이었다. 우리 경제의 곪은 환부를 도려내는 기업구조조정 작업은 괴롭고 힘들었지만, 환란을 조기 극복할 수 있었던 디딤돌이었다. 당시 구조조정 실무작업을 맡았던 이성규 당시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현 하나은행 부행장)과 서근우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심의관(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을 만나, 10년 만에 부활한 기업구조조정 작업의 원칙과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그들은 한결같이 "10년 전과 지금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부실의 원인이 기업 내부에 있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대외 요인의 영향이 훨씬 크고, 위기의 진원지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지금의 구조조정이 10년 전보다 더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보다 ▦채권자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 ▦대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될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문제가 되고 있는 건설업의 경우 제조업과 달리 대외 평판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주단 협약 가입 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행장은 "지금은 일사불란한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럴수록 정부의 대응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을 터. 이들은 무엇보다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서 부사장은 "우선순위를 정한 뒤 기민한 현황 파악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고, 이 부행장은 "혹시나 저절로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버리고 굵고 짧게 부실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서 부사장은 "당시에 은행 구조조정이 먼저냐, 기업 구조조정이 먼저냐를 두고 극심한 논란을 벌였지만 지나고 보니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며 "교통사고가 났으면 차 탓이냐 사람 탓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치료할 지가 우선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업종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의견도 냈다. 이 부행장은 "한계선상의 저축은행은 결국 자금력이 있는 은행들이 인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겠느냐"고 했고 "건설업은 대주단 구성을 통한 유동성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추가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구조조정은 이해 당사자 스스로 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정부는 지원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강조한 것은 정부가 소신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 이 부행장은 "결과를 두고 사후적으로 매도를 하면 공무원이 소신 있게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고, 서 부사장은 "적어도 위기 상황에 놀라서 허우적대지 않도록 경험자를 중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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