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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쿠바 방문… 부시 '8년 봉쇄정책'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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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쿠바 방문… 부시 '8년 봉쇄정책' 굴욕

입력
2008.11.21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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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이틀 일정으로 17일 쿠바를 공식 방문하자 미국 언론은 이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굴욕이라고 보도했다. UPI통신은 "미국이 8년 내내 봉쇄정책을 썼던 쿠바를 후 주석이 방문함으로써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난타를 당한 부시 대통령에게 또 다른 굴욕을 안겨 주었다"며 특히 신랄한 평가를 내렸다. 2004년에 이은 후 주석의 두 번째 쿠바 방문을 두고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중국, 쿠바 양국의 관계를 생각하면 특별히 과장됐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의 쿠바 경제는 중국 없이는 돌아가기 어렵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에 이어 쿠바의 두번째 무역상대국으로 지난해 두 나라의 교역액은 23억달러에 이른다.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주로 제공하지만 중국은 신발에서부터 컴퓨터까지 모든 공산품을 공급한다.

특히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중국을 모델로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두 나라는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다. 자오롱셴(趙榮憲) 주 쿠바 중국 대사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 주석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밀착시킬 것"이라며 중국의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은 중남미의 대표적 국제기구인 미주기구(OAS)의 준회원이자 지역개발은행인 인터아메리칸개발은행의 정회원 국가로 역내 13개국과 경제, 과학 등 각종 협정을 체결했다. 2000년 126억달러였던 중국과 중남미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1,026억달러로 증가했다.

아프리카에서처럼 중남미에 매년 20억달러 이상의 사회간접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구리, 원유 등 천연자원을 수입하고 있다. 브릭스(BRIC)의 한 나라인 브라질과는 전략적 '남남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반미의 선봉 베네수엘라와는 군사협력까지 진행중이다. 9월 중국을 방문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중국제 K-8 경공격기 24대를 수입키로 했었다.

미국은 그렇지 않아도 중남미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달갑지 않은데 중국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고민스럽다. 러시아는 최대 12기의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초음속 핵 폭격기 투폴레브 TU-160 2대를 9월 베네수엘라로 보내 정찰임무를 수행한데 이어 20일부터 베네수엘라와 함께 해상 합동훈련을 실시한다.

이 훈련에는 러시아의 최첨단 핵 순양함 피터대제호, 대잠 구축함 차바넨코호 등이 참가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6일부터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페루 등을 방문해 군사협력을 다질 예정이다. 중남미의 경제에는 중국이, 군사에는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양상이다.

UPI통신은 "이런 국면은 이라크 전쟁에 몰두한 부시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라며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이 영향력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듯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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