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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34> 흑백 교육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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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美연방 하원의원 김창준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34> 흑백 교육문제

입력
2008.11.21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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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ㆍ고등학교 교사들만 모인 만찬에 민주당 의원 한 명과 함께 공화당 소속인 내가 초청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공화당이 왜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을 낮게 평가하면서, 사립 교육을 장려하는지 나에게 따지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은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많은 이민자들이 자식 교육을 위해 미국에 오건만 어째서 공화당은 이런 공교육을 과소평가하느냐는 의문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에 이민 온 당사자인 김 의원이 왜 미국의 공교육을 과소평가하는지 한번 들어보자'는 투의 비아냥대는 소개를 받고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장내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미국의 공립 중ㆍ고등학교 교사들은 대체로 진보 성향을 갖고 있고, 그래서 보수적인 공화당의 이념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전교조는 진보가 지나쳐 반미, 때로는 지나친 친북에 경도돼 학생들에게 6.25 한국전쟁은 남한의 북침에 의한 것이었다고 가르친다는 말을 들었다. 교사들은 왜 한국이나 미국이나 한결같이 사회주의적 경향이 두드러지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나에 대한 소개와 함께 마이크 앞에 섰다. 옛날 같았으면 마이크 앞에 서면 벌벌 떨었을 텐데 이제 경험이 생겨서 그런지 별로 떨리지도 않고 당황하지도 않았다. 미리 준비한 연설 메모를 펼쳐놓고는, 나를 초청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며칠 전에 들은 조크를 했지만 웃는 청중이 비교적 적었다. 예상했던대로였다.

왜 사립학교가 필요한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첫째, 중ㆍ고등 교육에도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경쟁이 없기 때문에 게을러지고, 밥그릇 수(연봉)만을 따지는 제도 안에서는 열심히 일 하는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들간에 봉급 차이를 둘 수도 없다.

또 1년에 8개월 밖에 일하지 않으면서 12개월치 봉급을 받고, 여름방학 기간 중 자신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휴가를 즐기기 때문에 공립학교 교사들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고 나는 반문했다. 통계에 의하면 사립학교의 대학진학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공립학교 교사들의 노력이 부족해 질이 떨어져 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냐고도 지적했다.

교육에도 경쟁의식이 필요하고 이 경쟁이 바로 공교육을 더욱 발전시키는 발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랬더니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경쟁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육해공군도 사립 군대를 만들어 경쟁하도록 하면 더 탄탄한 국방력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냐" "교육을 경쟁에 맡기자는 얘기는 결국 공교육을 불신하는 데서 나온 것 아니냐"고 열을 내다가"미 의회도 두 개를 만들어 서로 경쟁을 하게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바람에 한 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두 번째, 나의 논지는 자기 자식을 공립학교에 보내지 않고 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건 부모 스스로의 자유 선택인만큼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공교육 세금(재산세의 일부)을 이미 부담하고 난 다음 다시 추가비용을 들여 자기 자식들을 사립학교에 보낸다는 건 미국의 공교육 제도를 무시하는 전형적인 돈 장난"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사실 그 당시 공화당 보수파들은 사교육에 가담한 부모들에게 공교육 세금을 면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미 제출해 놓은 상태였다. 이를 공개하면 모두 펄펄 뛸 것 같아서 연설 끝 부분에 얘기하기로 속으로 마음을 먹었다.

나의 세 번째 이유는"전세계 선진국들이 모두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병행하며 아무 문제없이 선택의 자유가 부모들에게 주어지고 있는데, 왜 우리 미국에서만 사립학교 확장을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론은 "미국에도 특수한 사립학교, 예를 들면 군대식 교육학교,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특수 학교들이 많은데 전혀 특수성이 없는 일반 사립학교를 늘린다는 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많은 봉급을 받는 일급 교사들만 모인 사립학교에 진학해 학생 수가 공립학교보다 훨씬 적은 교실에서, 거의 가정교사식 개인지도를 받게 된다.

그러니 이런 아이들의 일류 사립대학 진학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은 불문가지다. 빈부의 차이가 자식들 교육에까지 치명적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가난한 흑인들은 가난한 흑인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제도 하에서 빈부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황금 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예를 들면 미국에 비행기를 타고 갈 때도 15시간 동안 일반석에서 부대끼며 여행하던가, 아니면 고급 요리를 대접 받으며 일등석 침대 칸【?편히 여행을 하던가, 그 선택도 역시 돈의 문제이다.

끝으로 결론을 맺으면서, 현재 "사립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은 공교육 세금을 면제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하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나는 이 법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단호히 밝혔다.

우선 공교육 제도를 후원하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의무이며, 그러고도 여유가 있어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 선택을 정부가 적극 나서 돕는 것은 옳지 않다고 나는 강조했다. 그들의 노여움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근본적인 문제 자체에 대한 해결책은 없어 안타까움은 여전히 남았다.

이제 돌이켜보면 이들을 사회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좌파세력이라고 몰아 붙이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아이들한테 만은 평등한 교육을 부여하고자 하는 이들의 주장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평등한 사회란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으니 이를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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