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18일 정확히 지난달말 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환율로만 보면, 대형 호재로 여겼던 '스와프 약발'이 불과 20일 만에 다한 셈. 전문가들은 지난달과 같은 폭등 가능성은 배제하면서도, 그렇다고 1,500원선 돌파가능성 역시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9원 급등한 1,4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6거래일 연속 상승폭은 121.7원이나 된다. 조금씩 조금씩 오르던 원ㆍ달러환율은 이제 한ㆍ미 통화스와프 협정체결 직전일(지난달 29일 1,427원) 수준을 넘어, 연중 최고치(10월28일 1,467.8원)도 눈앞에 두게 됐다.
요즘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외국인의 주식매도 동향이다. 국내외적으로 특별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주식시장내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시장흐름을 전적으로 지배하는 양상이다. 외환 거래량이 하루 20억~30억 달러 수준으로 말라붙어있는 만큼, 주가 하락 속에 외국인이 주식을 판 돈을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그날 환율을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한 외환딜러는 "당국의 외환거래 점검 종료 이후에도 불안심리 때문에 실수요 외에는 거래량이 늘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의 순매도에 좌우되겠지만 갑작스런 당국의 개입이 나오면 큰 폭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외환당국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투기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는 한, 외국인 주식매매동향과 같은 '정상적' 시장변수에 의한 환율상승은 용인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환율은 이 밖에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해외투자펀드의 자산가치 하락분만큼 환헤지 비율을 낮추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투신권의 달러수요 ▦달러화 강세현상 지속 ▦외국환평형기금 가산금리 재상승 등 한국 신용위험도 불안지속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선임연구원은 "한ㆍ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은행의 외화자금 디폴트 우려는 해소됐다지만 여전히 저변에는 경제 전반적인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환율 전망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조심스레 1,500원선 돌파를 다시 염려하는 분위기다. 적어도 1,400원대 후반까지는 갈 것이란 견해가 많다. 외환은행 김두현 차장은 "한동안 한숨 돌렸던 딜러들 사이에 '다시 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여전히 상승 요소가 많지만 지난달 같은 폭등세 가능성은 적다"며 "일단 연고점을 돌파하면 당국의 대거 개입 같은 돌발변수가 단기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원ㆍ엔환율도 1,500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엔ㆍ원 환율은 전날보다 42.73원 오른 1,497.11원을 나타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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