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대북 정책의 진의가 뭔가. 최고 정책 결정자인 대통령이 쏟아 놓는 대북 압박성 발언이 본심인가, 아니면 국방부 통일부가 12일 이후 제시한 각종 대북 유화 조치가 정부의 방향인가. 북한이 헷갈리지 않겠는가."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이명박 정부의 엇박자 대북 정책 행보를 두고 이렇게 비판했다.
북한이 12일 남북 육로 통행 제한ㆍ차단 예고, 남북직통전화 채널 단절 등의 대남 압박을 시작한 이후 18일로 1주일이 됐다. 정부는 그 사이 각종 유화 조치를 내놓았지만 효과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 메시지와 혼재되는가 하면 타이밍도 적절치 못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의 압박 다음날인 13일 오전 국방부는 북한에 전화통신문을 보내 "통신 자재ㆍ설비 제공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북한 달래기 성격이 짙었지만 북한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뒷말이 나왔다.
정부의 유화 조치는 그 뒤로도 이어졌다. 17일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지(삐라) 살포를 막는 방안에 대한 법적 검토가 있었고,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처음으로 대북 지원 민간단체의 금강산 지역 방북도 허용됐다.
또 18일엔 7월 이후 처음으로 남북협력기금 104억원을 각종 대북 사업에 지원키로 했다. 외교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조율된 조치들이어서 대북 정책 기조 전환의 신호로도 해석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와 일치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12일 북한의 압박 조치 직후 "기다리는 것도 때론 전략"이라고 반응했다. 17일 미국 CNN과의 회견에서도 "북한이 미국 정권 교체기를 이용해 몇 가지 액션을 취하고 있다. 북한이 장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대처)하면 된다"며 북한의 조치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장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과 일선 정책라인이 다른 방향으로 나간다면 당연히 최고 정책결정자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은 최종 순간에 문제를 풀어가는 쪽으로 묵직한 발언을 해야지 소소한 전략을 이야기할 위치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북한에 일관되고 단일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경색 국면을 실무적으로 푸는 조치와 정부의 원칙적 입장이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하는 정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