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은 기본이고 탱크 실은 무기수송선에 초대형 유조선까지…
국제사회의 선전포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소말리아 해적의 선박 납치 행위가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다. 무장이 안된 민간 선박은 크기에 상관없이 낚아채온 해적들이 급기야 항공모함 크기의 유조선까지 납치했다.
AP, AFP통신 등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유조선(VLCC) 시리우스 스타호가 케냐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남동쪽으로 800여㎞ 떨어진 인도양 해상에서 15일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고 미 해군을 인용해 보도했다. 해군 제5함대 네이선 크리스텐센 대변인은 "납치된 배는 31만8,000톤급의 초대형 유조선으로 1억달러 상당의 원유 200만 배럴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석유회사 아람코의 자회사 벨라 인터내셔널 소유인 피랍 선박은 길이가 웬만한 항공모함 크기와 맞먹는 330m에 달해 지금까지 소말리아 해적이 납치한 선박 중 가장 크다. 대우조선해양이 100번째로 건조한 VLCC로 올해 3월 명명식을 가진 최신 유조선이다.
외신들은 "이 배가 현재 소말리아 해적의 본거지인 에일항으로 향하고 있으며 영국, 크로아티아, 필리핀, 폴란드, 사우디 국적의 선원 25명이 타고 있다"고 전했다. 벨라 인터내셔널은 17일 홈페이지에 "선원은 모두 무사하며 피랍 유조선에는 원유가 가득 실려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미국, 러시아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소말리아 해상에 전함을 보낸 상황에서 VLCC 납치 사건이 발생하자 당황하고 있다. 특히 길이가 300m가 넘고 해상에서 갑판까지의 높이가 10m에 달하는 유조선이 고작 소형 쾌속정을 타고 온 해적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점에 경악하고 있다. 해적들이 배에 올라타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십 배나 더 큰 목표물을 손쉽게 낚아챘기 때문이다.
피랍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자동화기, 로켓,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해적들이 무기를 발사해 선원들을 위협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유조선의 속도가 느린 데다 선원들도 무장이 안 됐기 때문에 해적들이 로프나 사다리를 이용해 손쉽게 선체에 접근했을 수 있다.
노르웨이 해운회사 오드펠은 "선원들이 지닌 무기라곤 물 대포밖에 없다"며 해적들의 위협에 덩치 큰 배들도 의외로 쉽게 제압당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오랜 내전으로 다져진 기동력에 위성전화, 위치 추적기까지 소지한 해적들을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들이 대항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미군 함정 6척과 러시아 프리깃함, 나토 소속 군함 7척이 초계 활동 중임에도 VLCC가 해적들의 먹잇감이 되자 소말리아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들은 비상이 걸렸다. 더 이상 해상안전을 보장 받기 힘들어졌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오드펠은 17일 "더 멀고 더 비용이 많이 들지만 훨씬 안전한 노선을 택할 것"이라며 소말리아 해역 운항 포기를 선언했다.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적어도 86척의 배가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았으며, 이 중 33척은 납치됐고 아직 12척의 배와 200명이 넘는 선원이 억류됐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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