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모처럼 입을 열었다. 표현은 부드러웠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인사정책에 대한 비판과 주문이 우선 두드러졌다. 그는 "지금은 비정치권에 방향을 맞춘 편중된 내각 운영"이라며 "정치권, 비정치권을 가리지 말고 해당 분야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는 전문가 내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고로 잘 할 사람이란 평가를 받는 인사라면 전 정부 인사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국적 전문가 내각 구성을 제안한 것이지만 현 정부의 역량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깔았다. 경제부총리 부활의 필요성에 언급하면서 "이 부처 저 부처로 나눠져 조율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지적한 것도 비슷하다.
규제 완화를 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다. "무조건 규제를 푼다고 좋은 게 아니라 어떤 걸 풀고 어떤 걸 강화하느냐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수도권과 비 수도권을 너무 편갈라 놓았다"고 노골적 반대 자세를 보였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의 지적이 눈길을 끄는 것은 독보적 영역에 들어선 그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다. 그의 흡인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쇠퇴하기는커녕 오히려 커졌고, 거대여당 내부의 구심력 저하를 메워주는 '대안적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모두가 국민적 기대가 식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그의 지적과 제언은 여당 내 '비판적 지지 세력'을 대표한 것이자 적지 않은 국민의 뜻을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과 정부가 박 전 대표의 쓴 소리를 새겨 들어야 할 이유다.
한편으로 그의 특별한 정치적 위상은 여당 내 다른 지도급 인사들과 구별될 만한 정치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 정부의 정책 성공과 실패를 함께 기뻐하거나 책임감을 느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러 정부 정책에 대한 추임새나 야당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을 섞지 않는다면 판에 박힌 야당의 대정부 비난과 다를 바 없다. 이 점에서 박 전 대표는 아쉬움을 남겼고, 그것이 오랜만의 발언에 접하는 반가움을 줄였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