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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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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붕어빵

입력
2008.11.21 04:07
0 0

이학성

우린 말하고 싶었어 이 숨막히는 사실을

처음에는 달아오른 화덕 위에서

뜨거움 참아내느라

몇 번인가 기절하고 몸을 뒤집었는지

우리는 각자 고만고만한 방으로 들어갔지

바깥에서 억세게,

출구를 닫자 텅 빈 방에 스며드는 공포 속에서

지금껏 모든 일은 여기서 끝나누나!

틀의 엄청난 위력 앞에서 한없는 치욕을 느끼며

결국 그 집에서 풀려났을 때의 부푼 해방감,

그러나 우리는 얼마간 눈 뜬 붕어빵이고

몸이 심하게 망가진 친구도 있었지만

모두들 다시 따뜻한 꿈 꾸기 시작했지

어느 남루한 집으로 가기까지

남루한 아이들 손바닥에 오르기까지

마지막 훈기를 전하고 모두 끝장나기까지

흔들리는 봉투 속에서

둥글게 온 몸을 부둥켜안고

날이 추워오면 기억나는 시 중의 한 편이다. 마음이 포근해지는 동화 같기도 하고, ‘공포’와 ‘위력’, ‘해방’ 같은 말들을 짚어보면 어두웠던 한 시대를 증명하는 우화 같기도 하다.

출구도 없는 캄캄한 옥중에서 혼절을 거듭하면서도 붕어빵은 공포와 치욕을 견딘다. 그가 속이 터지거나 불에 그슬리는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너끈히 고통을 견디는 이유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남루한 집이라도 찾아가서 일 나간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가능한 천천히 숙제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아이들을 위해 그의 마지막 훈기를 전하기 위함인 것이다.

날은 추워오고, 세상을 갈수록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년엔 경기가 더 어렵다고 하는데. 여기저기서 시름에 겨운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 훈기를 전하기 위해 남은 체온이 식지 않도록 서로를 부둥켜안은 붕어빵 한 봉지의 온기가 그리운 시절이다.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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