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은혜(42)씨는 최근 아들(10)과 승강이를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 정씨가 책을 읽으라고 채근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이는 울며불며 떼를 쓰기 일쑤다. 정씨는 "독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아이를 마주하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독서 교육은 빠를수록 좋다"는 명제가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터. 하지만 자녀가 책 읽기를 극도로 싫어한다면 부모로선 속수무책이다. 이럴 때는 과거 독서광으로 유명했던 위인들의 독서 습관을 따라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 세종대왕처럼 100번 읽고 100번 쓰고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세종대왕식 독서법을 권할 만하다. 세종대왕은 왕위에 오르기 훨씬 전부터 가까운 곳에 책을 두고 자주 보면서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앴다. "100번 읽고 100번 쓰면 자연스레 책의 뜻을 알 수 있게 된다"는 '백독백습(百讀百習)'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책만 끼고 사는 아이의 경우 자칫 건강을 해치기 쉬워 부모들이 바른 독서 자세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우리독서논술 이언정 선임연구원은 "자녀의 손이 닿는 곳에 책을 비치해 읽고 싶은 책을 곧바로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약용은 꼼꼼한 읽기의 달인
조선 말기 실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은 500여권의 책을 펴낸 문인으로도 유명하다. 왕성한 집필 활동의 비결은 바로 '정독(精讀)'. 다산은 책을 대하기 전, 항상 마음 속에 읽으려는 목적과 의지를 확고히 정했다. 핵심을 가려내 메모하는 습관도 그 만의 독특한 독서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독서를 통해 얻고자 하는 동기와 목표를 잡아주는 일은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에게 유용하다. 부모의 역할도 강조된다. 책을 읽는 도중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문맥 속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훈련을 함께 해보자. 독서 후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가족 앞에서 발표하게 하는 것도 자신감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 토의ㆍ토론의 대가 박지원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손꼽히는 연암(燕巖) 박지원은 유려한 문체로 정평이 나 있다. 형식의 틀을 깨는 독특함은 홍대용, 유득공 등 당대의 석학들과 토론하기를 좋아했던 그의 습관에서 비롯됐다. 책 속의 한정된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열린 자세로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연암의 독서법은 요즘 들어 주목 받고 있다. 논술과 면접이 중시되는 교육의 흐름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책을 읽고 난 뒤 부모, 친구들과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자연스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이해하고, 논리력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도 기를 수 있다.
■ 원효의 비판 정신을 배워라
통일신라의 고승 원효대사는 잠결에 맛나게 들이킨 물이 해골에 괴인 물이었음을 깨닫고 평생을 불교의 융합과 실천에 힘썼다. 이렇듯 원효의 독서법은 비판과 재창조로 요약된다. 사물의 의미와 현상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주관을 갖고 비틀어 보는 특징이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해 반대 입장에 있는 두 권의 책을 비교하며 읽는 것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그만이다. 오용순 선임연구원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은 수많은 의견 중 하나일 뿐 정답은 아니다"며 "비판적 책 읽기는 글 속에 자기 생각을 담아야 하는 중ㆍ고교 시기에 특히 적합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한우리독서논술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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