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대 CC에서 느끼는 계절
매년 늦가을과 초 겨울 사이가 되며는 우람찬 산세와 그림 같은 곡선을 가진 능선에 앙상한 겨울나무와 아직도 남아있는 단풍으로 꽉 채워진 계룡대 골프장을 찾아 라운드를 즐긴다.
초겨울의 낭만으로 가득찬 골프코스에는 벌거숭이 나무와 아직도 찬란한 옷을잎은 나무가 공존하고있는 모순된 양상이 우리눈을 즐겁게 해준다. 노랑 은행나무는 반나이고 느티나무는 완전 나체인반면 단풍나무는 아직도 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자태를 뽑낸다.
코스가운데 외로이 서있는 감나무에는 홍색감이 코발트색하늘과 어울려 더욱 청초해보인다. 나무 밑으로 날라간 공을 찾으러 들어가니 낙엽이 쌓여있어 골프화밑의 느낌이 포근하다. 머리를 들어 높은 하늘 위에서 선회하는 매를 보면서 페어웨이를 걷다보면 사랑했던 사람들의 얼굴과 지난날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모든사람들은 초겨을에는 어딘가 누구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오동나무 잎사이를 바람이 한번 요동치고 지나가니 우산만한 잎이 공중에서 선회하면서 사뿐히 내려 앉는다. 이렇게 짖굿은 바람은 모든나무의 옷을 흔들어 벗게 만들어 버리나 나뭇 잎들은 마음대로 옷을 벗기지 말라고 바람에게 속삭이나 아랑곳하지않고 바람을 몰고와 존재를 알린다. 바람 뿐이랴, 서리도 나뭇 잎을 떨어트려 대지를 풍요롭게할 거름을 만들도록 해준다.
코스 그늘집 입구에 화사하게 핀 노랑 ,보라색의 대국을 보니 서정주 시인의 “국화옆에서”시가 입주위를 맴돌게한다. 마지막 절 “노오랑 네꽃잎을 피우려고 밤새 무서리가 저리내리고 나에게는 잠도 오지않는 밤이었나보다”를 제일 좋아했던 나였기 때문이다. 이 문구에 반해 초겨울이 오면 으레 국화꽃을 바라보고 만남과 헤어짐을 생각한다.
20년역사를 자랑하는 계룡대 골프장은 18홀내내 계룡산의 산세에 둘러쌓여 넓고 평탄한 코스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라운드를 즐길 수있다. 코스를 라운드하다보면 독수리 바위, ET 상, 160년 된 지정 보호수 느티나무,대나무 숲 ,잘 정돈된 잣나무 정원수,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였던 옛 생활용품 등을 볼 수 있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18홀중 제일 명홀은 8번 파3홀로 뒷편에는 계룡산의 지류가 여자의 두개 유방처럼 포진해있고 그린 앞면에는 잣나무가 우리나라 지도모양을 하고 길게 드리워져있다.
티잉그라운드에 서서 그린을 바라보면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황홀감에 빠지게된다. 흰 백구를 날리니 녹색 지대를 지나 오색단풍이 찬란한 산속으로 들어가는듯하다 그린으로 내려 앉는다. 겨울 메뉴로 바뀐 그늘 집에는 떡국과 묵국수가 김치와 함께 나와 골퍼의 입맛을 돋구어 준다. MB정권이 출범한 이후부터 군골프장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어 보수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에서 고객중심, 고객지향으로 서비스 질과 직원들의 서비스마인드가 바뀌어 가고있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즉 사용자 중심의 운영체제에서 이용자 즉 고객중심으로 경영체제가 바뀌어 코스곳곳에서 변화의 물결을 느낀다. 홀마다 대기하는 곳에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정서적으로 포근함과 안락감을 가져다준다. 화장실도 가는 곳마다 청결하다. 골프장의 얼굴인 그린스피드도 이제는 일류 골프장과 동일하게 빠르고 정비가 잘 되어있다. 페어웨이에 디봇자국은 모두 메꾸어져 불편함이 없다. 스타트홀에는 헬스기구가 설치되어 있어 어깨나 팔을 부드럽게 해준다.
직원들을 마주치면 반갑게 먼저 인사를 한다. 캐디들도 아주 교육이 잘 되어있어 플레이에 전혀 불편 함이 없다. 음식도 정갈하면서 맛있고 가격이 적정하여 외부로 나갈 필요가 없다. 숏 홀에는 티가 준비가 되어있어 아주 편리하다. 여러가지 면에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져 골퍼로서는 군 골프장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할 정도다.
초겨울 바람은 매섭게 가슴을 파고드나 골프장에서 받는 서비스와 시설은 골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해준다. 뜨거운 욕조에 몸을 맡기니 피로가 한순간에 회복되는 듯하다.
서울에서 비록 2시간 반의 드라이브로 찾아온 골프장이지만 계룡산의 청정지역에서 저물어가는 한해의 아쉬움을 풀고 아름다운 산세에 취해 걷는 18홀의 라운드는 매홀 행복감과 황홀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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