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부산·전북은행, 탄탄한 영업력·건전한 재무구조지역 밀착경영으로 수신점유율 1위…자통법 시행 후 경쟁력 지속은 미지수
#부산은행은 지난 4월 출시한 특별 예금 상품이 대박을 터트렸다. 지역연고의 프로야구 구단 롯데자이언츠가 8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발매한 '가을야구 정기예금'에 한달 만에 2,000억원이 몰려 조기 마감됐기 때문이다.
#이달 일제히 발표된 3분기 은행권의 실적발표 시즌.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의 전분기대비 영업이익 상승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지만 전북은행만은 유일하게 16.7%의 성장을 일궈내며 주목을 받았다. 철저한 리스크(위험)관리로 위기에도 견조한 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작지만 강한 독립 지방은행 3총사(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가 주목 받고 있다.
한결같이 자산규모가 대형은행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니 은행들. 대형지주사의 우산도 없는, 혈혈단신 은행들이다(경남ㆍ광주은행은 우리금융지주,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지주 소속이다).
하지만 탄탄한 영업력과 업계 최고수준의 위험관리로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강한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위기의 발원지인 미국에서 소형 은행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대형은행에 흡수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들 3총사는 대형은행보다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대형 4사의 영업이익이 대폭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들 지방은행은 영업이익이 증가했거나 줄었어도 그 폭이 미미했다.
비결은 지역 사회와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튼실한 영업기반. 시장점유율의 바로미터인 수신점유율을 살펴보면 이들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대구은행은 대구지역에서 수신점유율이 43%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고, 부산은행과 전북은행도 각각 부산과 전북지역에서 33.3%와 28%로 지역의 1등 은행으로 군림하고 있다.
은행 경영능력의 척도인 위험관리도 대형은행 못지않다. 무리한 확장을 통한 외형경쟁보다는 위험을 최소화는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춰 신뢰를 확보한 것. 전북은행은 '은행이 잘 모르는 상품을 고객에게 팔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파생상품인 키코(KIKO)를 아예 취급하지 않아 관련 손실 제로(0)를 기록했고, 4분기 돌아올 만기 은행채가 거의 없을 만큼 수신구조도 안정적이다.
부산은행 역시 부동산시장에 침체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자 올해 초 일찌감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덕분에 이들 은행의 건전성은 대형 시중은행을 제치고 톱클래스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들의 경쟁력이 내년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금융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지방은행들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지방경제 상황으로 수익율이 급전직하할 위험이 있고, 보험과 증권사들이 은행업무의 일부를 대신하게 되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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