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A벤처사 B(43) 대표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2년 여의 노력 끝에 숙면과학 뇌파베개 제품 특허(2008년 8월)를 얻었지만, 최근 몰아치는 경기침체 여파로 판로가 완전히 막혔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내년에 회사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이제 막 기초공사 끝내고 햇볕 좀 보려는데 딱, 발목이 잡힌 꼴입니다. 경기가 죽어가니 제품을 요청했던 거래 업체들도 하나 둘씩 주문을 취소하고 있어요. 신상품 개발 계획도 세워 놓았는데, 지금은 올 스톱입니다. 자금이 있어야지요. 연구원들이 모두 놀고 있다니까요. 연구ㆍ개발(R&D) 비용 조달은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돈 빌리러 은행에 갈 때마다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니, 원…. 그저 답답할 노릇입니다." 격앙된 어조의 목소리에선 거친 한 숨이 흘러 나왔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로 촉발된 실물경기 침체가 국내 중소 벤처업계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내수 불황에 따른 매출 부진과 재고 부담, 자금난 등이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영세 중소 벤처 기업들은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리는 실정이다.
경기 성남시의 네트워크 통신장비 업체인 B벤처 D(40) 부사장은 "국내 거래 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손실만 안겨주고 있고, 해외 거래선의 경우 급격한 환율 변동 탓에 손해를 보면서 수출을 하는 실정"이라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마진율을 '제로(0)' 상태까지 산정해 놓고 내년도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올해 하반기 들어 신설법인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부도법인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 및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7월 5,006개를 기록했던 신설법인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9월에는 연중 최저치인 3,671개사에 머물렀다. 부도법인의 경우 올해 7월을 기점으로 반등세를 보이며 9월에는 전월 대비 15% 가량 늘어난 140개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국내 고용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 벤처 기업들이 연쇄 도산할 경우 자칫 일자리 대란으로 확대돼 심각한 사회불안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연구원 이창민 주임연구원은 "고용 안정의 '키'를 쥐고 있는 중소ㆍ벤처 기업들을 다시 살리려면 정책 당국이 무엇보다 내수경기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올려 놓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벤처 업체들도 지금의 위기를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자생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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