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비추던 스크린에 '피아노 맨'의 가사가 떠오르자 2시간 동안 빌리 조엘과 함께 환호를 지르며 열창하던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의 1만 2,000여 관객은 절정의 흥분을 경험했다.
조엘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피아노 맨'의 선율이 건반과 하모니카를 타고 전해지자 관객들은 당연하다는 듯 기립한 채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불렀고 공연장의 메인 조명이 모두 들어올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15일 첫 내한 공연에서 선보인 빌리 조엘의 보컬은 세월을 부정했다. 이미 '팝의 전설'로 불리기 시작한 환갑의 노장은 젊은 시절과 다를 바 없이 청량한 목소리를 거침없이 뱉었고, 흐트러짐 없는 피아노 연주는 오히려 세월을 역행하는 듯 정갈하고 박력이 넘쳤다.
'Angry young manㆍ앵그리 영 맨'과 'My lifeㆍ마이 라이프'로 서막을 연 조엘은 간단한 한국말로 인사를 한 후 히트곡 'Honestyㆍ어니스티'의 전주를 연주했다. 주말의 교통정체로 늦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 관객들은 공연 도입부터 이어지는 히트곡 행렬에 어리둥절해졌고, 그들의 청각은 쉽게 무대로 집중했다.
색소폰과 휘파람이 늦가을 정서와 어울리는 'New York State of mindㆍ뉴욕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 그리고 'Strangerㆍ스트레인저'가 서정적이면서도 리듬감 있는 무대를 연출하자 대부분 30대 이상의 연령대인 관객들은 스탠딩 관람석의 부재가 아쉬운 듯 하나둘 술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Moving outㆍ무빙 아웃'과 'River of dreamsㆍ리버 오브 드림스'에 이르러 일부가 흥에 겨워 무대 앞으로 뛰어나갔다. 조엘은 자리를 지키고 앉아 박수만 치는 '소극적인' 관객들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잠시 연주를 끊어 관심을 모으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조엘의 음악이 발라드보다 록에 가깝다는 사실에 수긍할 수 있는 기회도 이어졌다. 조엘은 건반을 두드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간혹 일렉 기타를 직접 연주하거나 마이크 스탠드를 훌쩍 던지고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노래를 하는 등 퍼포먼스에도 충실했다.
무대로 손을 내미는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그의 모습은 경호원들의 바리케이드로 무대를 격리하는 일부 스타들과 대조되는 거장의 여유였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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