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넘겼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대폭 경질과 정부 부처 장관 교체 소용돌이 끝에 8월6일 취임식을 가졌으니 16일로 꼭 100일이 된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총장을 두 차례나 역임한 데 이어, 새 정부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 대통령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초대 위원장 중책을 맡았던 그는 전임 김도연 장관의 낙마로 졸지에 교육수장이 됐다. "준비가 안됐고 검증도 더 필요하지 않느냐"는 시비도 일부 있었지만, 서울시장 시절 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길 정도로 그를 신뢰했던 이 대통령은 흔들림이 없었다.
취임식 날 그는 부처 통합으로 800명에 육박하는 교과부 직원과 국민들 앞에서 다짐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한 교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두뇌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며 국민의 교육열 또한 가장 뜨겁습니다.(중략) 제가 해야 할 역할은 이 모든 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교육현안을 풀어나가는데 앞장서는 것입니다. " 이른바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안 장관 행보는 분주했다. 소통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 대표를 허물없이 만났으며, 교육계 인사들과는 수시로 대면하거나 전화통화를 했다. 교육 현장의 명암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졌다.
지난달 국정감사는 어찌보면 그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했지만 싱겁게 막을 내렸다.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이 늦어지면서 의원들의 국감준비소홀로 안 장관을 시험대에 조차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교육업무 수행 능력을 해부해볼 절호의 기회를 국회 스스로 날린 것이다. 교과부는 안도했다. 교과부의 한 간부는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들어 수일 동안 '복습'을 반복했는데, 조금 허무하게 끝났다"고 말할 정도였다.
안 장관이 '타의'에 의한 중간고사를 치르진 았았으나, 취임 100일 터널을 빠져 나온 그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내려져 있다고 봐야 한다.
그는 짧은 기간에, '총장 시절 불신했다던' 교과부를 절반 정도는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무기는 인사였다. 차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사권을 직접 행사하겠다고 고위간부들에게 통보한 것이다. '핫바지 장관', '허수아비 장관', '식물 장관'은 원치 않았을 터다. '제2의 김도연', '4.3개월 장관' 소리를 듣는 것은 더더욱 싫었을 법 하다. 내심 최장수 교과부 장관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실.국장 등 고위직 인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인사 대상자 입장에서는 인사 때까지 '충성'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신중을 거듭하면서 실용을 중시하는 안 장관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검증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교육계에 중요한 이슈가 툭툭 터지지만 해결사인 교육 수장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취임 이후 '일성' 보다는 '침묵' 할 때가 훨씬 많았다. 차관이라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으나 장관은 다르다.
국회에 나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게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역사교과서 문제나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 논란, 교원평가제 시행 등 핵심 현안에서는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정부의 입장을 밝혔어야 옳았다. 소신이 무엇인지, 교육철학은 어떤 것인지 드러내길 꺼려하는 교과부 장관에게 교육 수요자들이 매기는 성적은 후하지 않다. '성공한 교과부 장관'이 되는 길은 멀고 험하다.
김진각 사회부 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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