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로 예정됐던 건설사 대주단 협약 단체가입이 협약 만료일인 2010년 2월까지로 연기됐다. 도급순위 100대 건설사가 대상이었지만 자격 조건도 원래대로 신용등급 BBB- 이상인 모든 건설사로 넓혔다. 은행연합회는 17일 “대주단 단체 가입 시한이나 자격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빠르면 이번 주부터 시작될 것으로 여겨졌던 건설사 구조조정이 사실상 늦춰진 것이다.
대주단 협약이란 일시적 유동성 문제를 겪는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주채권은행이 가입 신청을 받아 심사한 뒤 승인을 하면 금융기관들이 1년 간 채무 상환을 유예해 주는 제도로, 현재 178개 금융기관(채권액 기준 99%)이 가입돼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대주단에 가입을 신청하면 유동성 문제가 있는 기업으로 낙인 찍히고, 은행들에게 경영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해 가입을 꺼려 왔다.
▲ 은행연합회, 단체가입 권유 공문 보냈다가 철회
은행연합회는 지난 주 대한건설협회 등 5개 건설 단체에 공문을 보냈다. 시공능력 기준 상위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17일까지 일괄적으로 대주단 가입 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기업들의 ‘평판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으로 단체 가입을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살생부’가 만들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17일까지 주채권은행에 대주단 가입을 신청한 건설사는 하나도 없었다.
결국 은행연합회는 “살생부를 만든다는 오해를 없애겠다”며 대주단 협약 신청 시한과 자격을 다시 없앴지만 정부는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조기에 대주단에 가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7일 “대주단 협약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기 때문에 ‘살생부’가 아니라 ‘상생부’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며 건설사들의 적극적 참여를 주문했다. 금융위 임승태 사무처장도 “대주단은 기본적으로 살리는 것이 전제”라면서 대주단에 가입하는 것이 오히려 살아날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 건설업계 자율 구조조정 일어날 듯
그러나 일괄 단체가입 방침이 폐기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대주단 가입은 다시금 부진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급순위 10위권의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애초부터 가입 의사가 없었지만 15위권 미만 중견 건설사들 중 일부는 금융당국이 17일까지 의무적 가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해 가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입 시한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자 다시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한 중견 건설사는 “18일 예정된 은행연합회의 대주단 가입 설명회를 듣고 결정하겠다”면서 “다른 업체들이 단체로 가입한다면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신청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사정이 어려운 중소건설사들은 대주단 신청을 했다가 가입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정될 것을 우려해 꺼리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대주단 가입보다 차라리 채권단과 자체적인 워크아웃을 협의하거나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곳이 많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부나 은행권 주도의 집단 구조조정은 미뤄지겠지만 자율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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