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 업무를 주관하는 부처와 장관은 독특하게 국무부(Department of State),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이란 명칭을 갖고 있다. 원래 1787년 헌법은 외교를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내 국정을 보좌하는 부처의 필요성을 깨닫고, 그 첫 번째로 1789년 외무부와 외무장관(Secretary of Foreign Affairs) 직을 신설했다. 그랬다가 몇 달 뒤 화폐 우편 조사통계 등의 주요 국정 업무를 함께 맡기면서 다시 그에 걸맞게 국무부, 국무장관으로 바꿨다고 한다. 정부 수석장관의 지위를 갖게 된 내력이다.
■국무장관의 위상은 대통령 유고 때 부통령(상원의장 겸임), 하원의장, 상원 임시의장에 이어 승계순위 4번째인 데서도 확인된다. 물론 여태껏 정ㆍ부통령이 동시에 변을 당한 적은 없어 국무장관과 대권은 멀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이 저격을 당해 마취수술을 받을 때 알렉산더 헤이그 국무장관이 "내가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고 지레 떠들었다가 두고두고 구설에 올랐다. 대체로 4성 장군 출신인 무골(武骨) 헤이그의 '헌법 무지' 탓으로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국무장관의 위상과 권한이 그만큼 막강함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볼 만하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기용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경선 직후 부통령 후보설이 나돌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느낌이다. 그 때는 야심 많은 힐러리가 백악관 안주인보다 '실권'이 없는 부통령 자리를 받을 리 없고, 오바마도 껄끄럽기 짝이 없는 힐러리가 백악관 한 쪽에 버티고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사회와 정치의 비주류 출신인 오바마가 인종 성별 계층 등을 아우르는 화합 의지를 과시, 국가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힐러리 만한 카드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경선 때 힐러리는 오바마의 외교 경륜 부족을 집중 공격했고, 오바마 측은 "결혼으로 국정 경험을 얻을 수는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이제 오바마는 힐러리의 국가원수급 지명도와 해외 인맥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힐러리도 부통령보다 활동반경이 훨씬 넓은 국무장관 자리를 내심 바란다는 분석이다. 분쟁지역 등 세계를 전용기로 누비며 각광을 받는 '스타 장관'이 상원의원보다 힐러리에게 어울린다는 얘기다. 다만 국무장관은 대통령 부인이나 상원의원과 달리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게 흠이다.
강병태 수석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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