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알피' 하면 떠오르는 배우는?
주드 로를 답한다면 당신은 이성 앞에서 여전히 심박수가 높아지는 젊은층, 마이클 케인을 떠올린다면 자녀의 혼수 비용을 걱정하는 관객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 모두의 이름을 입에 올린다면 아무도 못 말릴 영화광일 테고.
노장 배우 마이클 케인(75)과 30대 꽃미남 배우 주드 로(36). 영국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실상 혈연으로 이어졌다 해도 무리가 없을만큼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다.
국내 올드 팬에겐 '왕이 되려던 사나이'(1975)로, 젊은 관객에겐 '배트맨'의 집사로 널리 알려진 케인은 1960년대 바람둥이의 대명사였다. 이 여자 저 여자를 오가며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남자 알피 역을 맡은 영화 '알피'(1966)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알피'는 주드 로가 꽃미남 배우로 자신을 각인시킨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2004)의 원작. 38년의 시간을 건너 주드 로가 마이클 케인의 분신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두 사람만이 출연해 연기 맞대결을 펼치는 '추적'은 더욱 흥미진진한 그들의 운명적 인연을 드러낸다. '추적'은 1972년 작 '발자국'을 리메이크한 영화다.
200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해롤드 핀터가 각색에 참여해 대사의 밀도를 높였고, 로렌스 올리비에 이후 셰익스피어를 가장 잘 해석한다는 평가를 받는 케네스 브레너가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해낸다.
백만장자 추리소설가 앤드류와 삼류배우 마일로가 한 여인의 행방을 놓고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인다는 이야기의 얼개가 관객들의 숨소리를 낮추게 만들 영화다.
마이클 케인은 재력을 무기로 아내의 정부 마일로를 압박하고 회유하는 야비한 소설가 앤드류 역을, 주드 로는 매력적인 젊음과 승부욕이 유일한 삶의 밑천인 마일로 역을 연기한다.
'발자국'에 출연했던 케인이 맡았던 역할은 마일로. 노장 케인이 길을 열면 후진인 로가 그 길을 따라가며 연기의 폭을 넓혀가는 인연이 '추적'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영화의 제작까지 맡은 로는 "마일로는 꼭 내가 연기한다"며 일찌감치 역할을 찜해놓았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과도 같은, 닮은꼴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추적'은 티켓 값을 제대로 하는 영화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20일 개봉, 15세 관람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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