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년제 대학 총장 협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17일 외국어고 출신 우대 논란을 빚고 있는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2학기 모집 일반전형 심의를 올해 대입 전형 기간 중에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대학측으로부터 소명서를 받아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한 뒤 필요할 경우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정식 안건으로 다뤄보겠다"는 당초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대교협이 입학전형을 핑계로 시간 벌기를 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은 이날 고려대 사안과 관련, "입시전형이 진행 중이어서 지금 단계에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고려대측은 12일 소명서를 냈으며, 대교협은 모든 입학전형 일정이 끝난 뒤 윤리위원회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고대측 관계자를 참석시켜 내용을 확인하겠다"는 말도 했다.
박 총장의 이런 언급으로 미뤄볼 때, 미등록 충원 등록을 마지막으로 2009학년도 대입 전형이 모두 마무리되는 내년 2월16일까지는 고려대 입시안 심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전망이다.
고려대측은 대교협에 낸 소명서에서 "대입 3불(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 중 고교등급제를 어긴 사실이 없으며, 학교 자체적으로 개발한 내신 산정 프로그램을 모든 수험생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교협이 사실상 논란의 중심에 있는 특정 대학 입시안 심의 포기를 결정함으로써 대입 자율화 업무 수행 능력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사안이 불거졌을 경우 즉각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하자 결론이 내려지면 3년 이하의 회원 자격 정치 조치와 함께 교과부에 결과를 통보해야 하는데도 손을 놓았기 때문이다.
서울 A대 입학처장은 "정부로부터 입시 관련 업무를 넘겨 받았다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교협이)입시안의 적절성을 다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심의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고려대측도 대교협의 입시안 평가가 객관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소명서 제출을 미루다가 여론에 밀려 뒤늦게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대교협 내부에서는 대입 정책과 연결되는 특정 대학 입시안 심의에 크게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 총장도 이날 "입시권한을 위임받았지만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행정기관의 몫이며, 정책의사 결정권까지 위임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한 기대"라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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