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받는 아랍 여성의 비참한 현실을 인간 양심의 문제로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아랍의 대표적인 여성작가로 꼽히는 이집트의 살와 바크르(59)는 자신의 장편소설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아시아 발행)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17일 가진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여성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 나의 소설적 주제"라고 말했다. 황금마차는>
그의 이 작품은 한 여성 수인(囚人)의 눈으로 관찰한 죄수들의 인생 이야기를 르포식으로 쓴 것이다. 화자는 의붓아버지를 사랑했다가 그가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지자 살해한 뒤 수감된 여성 아지자. 그녀는 소매치기, 구걸, 매춘, 마약거래 등으로 수감된 15명 이웃 죄수들의 죄값을 상상 속에서 묻고, 그 범행동기와 사연 등을 냉정히 검토한 뒤 유ㆍ무죄를 결정한다.
아지자에 의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이들은 현실의 형량과 상관없이 황금마차를 타고 알라신에게 간다는 것이 소설의 설정이다.
작가는 아지자의 상상을 통해 사회적ㆍ경제적 약자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랍 여성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아지자는 자신의 판단근거를 "인간이 만든 법으로써만 단죄하거나 처단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양심적인 범죄가 있기 때문"(58쪽)이라고 말한다.
가령 소설에서 결혼한 지 5개월만에 이혼당한 뒤 먹고 살 방도가 없어 소매치기를 하다 붙잡힌 여인, 호색한 남편과의 45년간의 결혼생활을 남편을 살해하는 것으로 끝낸 여인 등의 죄수들은 아지자에 의해 황금마차에 태워진다.
바크르는 "대학시절 노동운동에 참여했다가 2주 동안 수감됐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인간의 양심에 비추어 인간적인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는 것이다.
바크르는 "가부장제에 희생되는 여성문제는 비단 아랍문명뿐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해 여전히 여러 문명권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양심'의 문제"라며 "가부장제도를 만들어낸 남성조차도 부양을 떠맡아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이로 출생인 바크르는 아인샴스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 문학비평을 공부했으며 <황금마차는…> (1991)을 비롯해 많은 소설로 이집트 여성문학을 대표하는 작가가 됐다. 황금마차는…>
그의 작품은 10여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1993년에는 독일 국영 라디오가 주는 소설 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전주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ㆍ아프리카 문학페스티벌 참가차 한국을 찾았던 그는 이번이 두번째 방한으로 18일 열리는 제1회 한국아랍문학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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