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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뚝딱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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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뚝딱 법안

입력
2008.11.2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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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안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툭하면 시험이고 숙제다. 시험 공부와 숙제에 치어 살 수는 없잖은가? 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시험은 하루이틀 숙제는 두어 시간 벼락치기 몰아치기로 해결 보는 것이다. 암기력 좋은 학생이 중간고사 볼 때처럼 벼락치기가 대단한 성과를 거둘 때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벼락치기는 포기한 자들이 조금은 했다는 성의 표시에 그칠 때가 많다.

일주일 내내 놀다가 강의 전날 밤 두어 시간 만에 뚝딱 작성해서 제출한 학생의 리포트에서 뭘 바랄 수 있겠는가? 했다는 성의만 발견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벼락치기는 장기적인 일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 아니, 장기적인 일에 있어 벼락치기는 자폭장치나 마찬가지다.

장기 계획을 벼락치기로 세운 몇몇 실무자 때문에 망가진 조직이 부지기수다. 5개월 동안 219개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던 정부가, 12일 하루 만에 104개의 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여당 원내대표 말 한 마디에. 공무원들이 벼락치기 하느라고 고생했겠다. 법안이 무슨 학생 중간고사 시험문제인가, 게으른 학생 리포트인가? 정부와 공무원들이 그간 해온 바를 떠올리노라니, 그런 능력과 그런 주변머리밖에 없는 사람들이, 뚝딱 벼락치기로 만들어낸 법안이 얼마나 엉터리일지 소름 끼친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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