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신고보상금을 타내거나 재판에서 감형을 받을 목적으로 히로뽕 밀수 자작극을 벌이던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마약 사건으로 올해 1월 구속돼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던 최모(39)씨는 마약 밀매를 수사기관에 제보하면 자신의 형(刑)이 감경된다는 점에 착안, 4월 마약밀수 자작극을 계획했다.
중국에서 마약 밀매업을 하는 최씨의 형(42)은 동생한테서 계획을 전해 듣고 설탕이나 합성조미료 등 불순물을 섞어 순도가 정상 히로뽕의 20%에 불과한 '불량 히로뽕' 506ｇ을 구입했다.
최씨의 형은 국제결혼을 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황모씨를 전달책으로 끌어들여 히로뽕을 한국으로 들여왔고 마지막으로 최씨의 동생이 나서 구매자인 것처럼 황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최씨는 히로뽕 밀매 사건을 제보하는 것처럼 검찰에 황씨를 신고했고, 운반책 황씨는 수사기관에 체포돼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최씨 3형제는 황씨에게 자신들의 신분을 속이고 실제 한국에서도 마약 거래가 있는 것처럼 철저히 위장해 처음에는 수사 당국도 이 사건을 최씨의 제보에 따른 검거사건으로 판단했다. 세관 역시 마약 거래 적발에 도움을 준 공적을 인정해 최씨에게 신고보상금 1,0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수사기관에 넘겨줄 목적으로 만든 속칭 '던지기용'으로 구입한 히로뽕 가격이 300만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씨 형제 일당은 투자금의 3배가 넘는 신고보상금은 물론 감형까지 받는 쏠쏠한 장사를 하게 된 셈이다.
최씨는 이런 수법을 이용해 감형을 받게 해 주겠다며 동료 재소자 이모(47)씨에게 1억 2,000만원을 받아 내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공급자 및 구매자는 없이 운반책만 검거되는 저질 히로뽕 밀수사건이 잇따르자 의심을 품은 검찰 등 관련 기관이 추가 수사에 나섰고, 이들의 자작극은 덜미가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주선)는 16일 최씨와 이씨 등 4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최씨의 형은 중국 공안당국에 붙잡혔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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