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젊은 축산인이 토종 한우인 ‘칡소’의 대를 잇기 위해 10여년째 칡소 기르기에 인생을 걸고 있다.
화재의 주인공은 경남 고성군 회화면에서 축산업을 경영하는 이창섭(38)씨. 200평 남짓한 이씨의 축사에는 외양은 일반 한우와 같지만 머리와 온몸에 칡덩굴 같은 얼룩 무늬가 새겨진 일명 ‘칡소’ 20여 마리가 길러지고 있다.
이 소는 전래 되어오는 바에 따르면 몸의 얼룩 무늬가 호랑이의 그것과 닮았다 하여 일명 호반우(虎班牛)라고도 불린다. 칡소는 유명화가나 시인들이 향토색 짙은 그림과 시의 소재를 선택할 때 종종 등장할 정도로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토종소 였으나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급격히 줄어 현재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씨가 이렇듯 귀한 소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인근 축산 농가에서 우연히 칡소를 처음 본 그는 곧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일찍부터 축산학을 전공, 가축인공수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경남지역은 물론 전남, 강원 등 칡소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 돌아 다니며 종자 확보에 매달렸다. 어느덧 그는 칡소 전문가가 됐고 16일에는 자신이 기른 칡소와 함께 환경단체인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이 주는 ‘풀꽃상’을 받았다. 이 상은 소중한 자연물과 이 자연물을 보존하는데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된다.
이씨의 칡소 사랑은 여전하지만 고민도 많다. 이씨는 칡소를 포함, 소 80여 마리를 키우며 약간의 밭농사를 짓고 있으나 외국산 쇠고기 수입과 늘어나는 사료값 때문에 어깨가 처지고 있다. 게다가 칡소는 일반 한우에 비해 6~7년 정도 더 키워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일반 시중에서는 물론이고 축산 전문인과 정부 관계자들 조차도 칡소에 대한 인식이 낮고 도축장에서는 때로 잡종 취급을 받는 것이 칡소의 현실이다.
그는 주변에서 “돈도 안 되는 칡소를 왜 키우느냐”는 걱정어린 충고도 듣지만 처음부터 돈을 보고 시작한 일이 아니라고 답하곤 한다. 오히려 앞으로 칡소 마릿수를 더 늘려 브랜드화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고성=정창효 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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