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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 증손녀, 당 황족과 혼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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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왕 증손녀, 당 황족과 혼인했다

입력
2008.11.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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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660)의 증손녀인 부여태비(扶餘太妃)의 묘지명이 중국 시안(西安)에서 발견, 의자왕 후손들의 가계도가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이 묘지명은 그간 존재만 알려져 있던 부여태비가 의자왕의 직계라는 사실과 함께 그 생애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김영관 청계천문화관장은 15일 충북대에서 열리는 제1회 백제학회 정기발표회에서 중국 산시(陝西)고고연구소가 2004년 당 고조의 무덤인 헌릉 주변 조사과정에서 찾아낸 부여태비와 그의 남편인 당 황족 이옹(李邕) 부부의 묘지명을 연구한 논문을 발표한다.

묘지명은 전문 30행에 1행 각 31자 총 831자의 글자를 해서로 음각해 새겼는데, 부여태비가 의자왕의 증손녀이자 부여융(隆)의 손녀이며 부여덕장(德璋)의 딸이라고 기록해 의자왕의 직계임을 밝히고 있다.

그간 의자왕의 아들인 부여융과 부여융의 손자 부여경(敬)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었으나 그 사이의 가계상 공백을 메워주는 부여덕장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묘지에 따르면 부여태비는 690년 부여덕장의 차녀로 태어나 711년 이옹의 두 번째 부인으로 혼인, 718년 괵왕비에 책봉됐다. 이옹은 당나라를 건국한 고조 이연(李淵)의 증손자로, 장안 외곽의 영토를 다스리는 괵왕(王)으로 봉해진 제후왕이었다.

727년 이옹이 죽고 장자 이거(李巨)가 왕위를 이어받은 4년 후인 731년 태비로 책봉됐으며, 738년 49세로 세상을 떠나 이옹과 합장됐다.

묘지는 특히 "부여태비가 봄날의 숲과 가을 단풍처럼 아름다웠으며, 이옹과 혼인한 후 집안을 일으켰다"는 등 용모와 성품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아침햇살처럼 조용히 움직여 드러나지 않으니 세상에 드물게 어진 사람이며 덕이 있어 외롭지 않아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같다"고도 했다.

김 관장은 "부여태비의 생애를 알려줄 뿐 아니라 백제 멸망 후 당으로 끌려간 왕족들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며 "앞으로 의자왕이 묻힌 뤄양(洛陽)의 망산에 대한 중국측 조사결과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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