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가곡을 잘 부르기로 이름난 영국인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44)가 19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두 번째 내한 독창회를 한다. 4년 전 처음 왔을 때는 '겨울나그네'를 들려줬는데, 이번엔 역시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노래한다.
그는 케임브리지에서 철학 석사, 옥스퍼드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지적인 가수로 유명하다. 어릴 때 교회 합창단에서 노래를 했지만, 음악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성악가로 길을 바꾼 것은 박사 학위를 받은 이듬해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부터다.
2년 뒤 1993년, 런던의 위그모어홀에서 '겨울나그네'를 불러 격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데뷔 음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1996ㆍ하이페리온)로 최고의 리트(독일예술가곡) 가수로 명성을 굳혔다.
리트뿐 아니라 오페라와 종교음악, 몬테베르디의 초기 바로크음악부터 브리튼, 헨체 등의 20세기 현대음악까지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내한공연에 앞서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역사와 철학을 공부한 것은 당신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나는 지금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리터러리 서플리먼트(Literary Supplementㆍ주간 문예 특집)에 서평을 기고하고, 매월 정치잡지 '스탠드포인트(Standpoint)' 등에 칼럼을 쓰는 등 지적인 영역에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 호기심은 내가 음악을 이해하고 활동하는 데 많은 정보를 주고 도움이 되곤 한다. 흔히들 나의 학구적인 관심과 예술적인 열정을 구분지으려 하지만 지성 또한 열정을 수반해야 하는 것으로, 나는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 당신은 슈베르트 전문가로 통한다. 당신에게 슈베르트의 의미는 무엇인가.
"내가 슈베르트를 많이 부르는 것은 사실이다. 슈베르트는 분명 성악가로서나 음악 팬으로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이며, 그의 예술적 업적과 그가 확장시킨 예술문화에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 슈베르트 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 왜 슈베르트를 사랑하나.
"슈베르트는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다양한 감성과 느낌을 담아 작곡하였다. 그는 단어에 감정을 담아낼 줄 아는 특별한 작곡가이다. 또한 그는 아름다운 선율의 대가인 동시에, 제한적이기만 했던 피아노 반주의 역할을 변형시키는 등 화성에 있어서는 가히 혁명가라 할 수 있을 만큼의 모험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를 9년 만에 재녹음했다. 그 사이 당신의 슈베르트는 어떻게 달라졌나.
"한 평론가는 쉴러 미학사상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의 개념을 들어 나의 1996년 녹음과 2005년 녹음의 차이점을 집어냈는데, 많은 부분에서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2005년 녹음은 첫 녹음보다 훨씬 어둡고, 이 작품이 본래 의도하고 있는 아이러니에 훨씬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 뒤늦게 성악가가 되기로 결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용기와 열망, 계기가 그리로 이끌었나.
"내가 아직 직업가수로 전향하는 것에 대한 결심을 굳히기 전인 1994년, 바즈 루어만 감독과 호주에서 브리튼의 오페라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했는데, 그때 내가 오페라를 좋아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오늘날 오페라는 모든 성악가의 삶에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내가 오페라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결심을 하는 힘을 주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이러니는 내가 오페라보다는 나의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리트의 영역에서 더 많은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 한국에는 4년 만에 다시 온다. 당신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다면.
"한국의 음악 팬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뜨거운 열정을 지닌 관객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늘 감사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내가 그렇듯 관객들 역시 나의 음악에 빠져들고 사랑해 주길 바랄 뿐이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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