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거리] 21세기와 소통하는 유교 정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거리] 21세기와 소통하는 유교 정신

입력
2008.11.17 00:07
0 0

"혁명의 꿈이 사라진 시대, 그러나 사실은 혁명이 그리운 시대. 바야흐로 시대가 퇴계를 부른다." 1,000원 권 지폐의 주인공 정도로나 알고 있기 십상인 퇴계 이황이 사이버 시대의 스승으로 거듭난다. 김호태(50)씨의 <퇴계 혁명> (미래를여는책 발행)은 고서 더미에 처박혀 있던 거유(巨儒)를 320쪽에 걸쳐 이 시대와 소통시켜 낸다.

"자유의 이름 아래 사(私)가 공(公)을 능멸하는 시대, 정치도 언론도 교육도, 심지어 법조까지 사익을 추구하는 인간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시대"에 퇴계를 징검다리 삼은 지은이의 글은 산림에 거하며 나라를 걱정하는 선비의 충정을 닮았다. 책은 퇴계 비판자들에 대한 역비판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퇴계보다 칸트를 더 좋아한다는 서양철학자, 퇴계를 꽉막힌 책벌레 또는 소극적ㆍ현실도피적 인물로 폄하시키는 한문학자, 그의 학문을 관념의 유희로 내모는 대입 논술 대비서 비판 그의 퇴계 바로 보기는 전방위적이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무덤에서 끌어내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헤겔의 영웅론에 기댄 어느 보수 논객을 두고 '지적 사대주의' 혹은 '지적 식민성'이라고 질타하는 대목은 이 책의 조준점이 결국 현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결국 문제는 지금 여기서 학문하는 주체에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복고주의니 폐쇄적 민족주의니 하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이며 "옛것을 다루는 사람의 성향과 이념의 문제일 뿐, 옛것 자체가 갖는 속성의 문제는 아니"라며 연구자들의 새로운 문제의식을 촉구한다.

책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를 생각나게 한다. 그는 "솔직히 말해 우리가 퇴계, 퇴계 하지만 퇴계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무엇이 있는가, 생각하자니 한심하고 부끄럽고 억울하다"라고 썼었다. 그 같은 감정의 더께를 얼마간은 걷어줄 책이다.

장병욱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