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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DMZ, 우포늪 2배규모 국내 최대 습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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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벗은 DMZ, 우포늪 2배규모 국내 최대 습지 발견

입력
2008.11.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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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초대였다. 전쟁의 초토였던 비무장지대(DMZ)는 반세기 금단의 시간 동안 건강하고 조화로운 생태계로 변모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습지가 형성됐고, 두루미, 독수리, 어름치, 삵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 다수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전후 최초로 DMZ 전역에 대한 환경 조사에 착수한 ‘DMZ 생태ㆍ산림ㆍ문화재 합동조사단’(단장 김귀곤 서울대 교수)은 13일 경기 파주의 민통선 지역에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각계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10~14일 김포ㆍ파주ㆍ연천 일대의 DMZ 서부 지역을 살폈다. 김 단장은 “현재까지 확인된 생물은 180여 종이고, 이중 16종이 법정보호종이거나 천연기념물”이라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무리가 없을 만한 세계적 생태의 보고(寶庫)”라고 말했다.

이날 조사단은 연천평야 일대에 500만㎡(150만 평) 규모로 추정되는 자연습지 확인을 최대 수확으로 꼽았다. 버려진 농촌마을에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곳은 지금까지 국내 최대 습지로 꼽혀온 우포늪(230만㎡)의 2배를 넘는다. 조사단은 이곳에서 희귀종 14종을 비롯, 64종의 다양한 동ㆍ식물 서식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 단장은 “한 마을이 55년에 걸쳐 습지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야외 실험실”이라며 “규모, 서식종 수 등에서 람사르 습지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DMZ 서부 지역에 환경부 지정 1급 멸종위기종인 두루미가 폭넓게 분포하고 있음을 처음 확인했다. 이날까지 발견된 두루미는 연천평야 습지 일대의 35마리와 파주 대성동ㆍ새울천의 17마리 등 총 52마리. 대성동에선 재두루미도 다수 발견됐다. 연천 습지의 경우 현재 군사적 시야 확보를 위해 주기적으로 태워지는 산림을 완벽히 복원하면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를 능가하는 두루미 서식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조사단은 평가했다.

서식 조건이 까다로운 천연기념물 어류 어름치가 임진강 최상류 수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로 처음 밝혀졌다. 포유류로는 고라니, 삵, 수달, 멧돼지 등이 발견됐다. 양서ㆍ파충류, 곤충은 계절적 여건 때문에 별로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단은 군부대 수색로를 따라 걸으며 육안과 망원경을 통해 관찰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12월 초 생태지도, 서식처 중요도 평가 등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다. 김 단장은 “국방부와 일정 협의를 거쳐야겠지만, 내년 1분기와 2분기에 DMZ 중부 및 동부 지역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주=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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