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단절의 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지만 정치권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강경 기조를 굽히지 않는 정부를 향해 그 어떤 조언도 하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의 정책기조 수정을 요구하지만 구체적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도 남북문제에 있어 상상력의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육로 통행 제한, 남북 직통전화 단절, 북핵 시료채취 거부 등 강경 조치를 쏟아내면 정부는 그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한나라당 역시 전혀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남북경색 원인을 '북한의 이명박 정부 길들이기'로 규정한 뒤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먼저 굽히고 들어오지 않으면 어떤 유화책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막후 접촉이나 조정 등 그 어떤 액션은 없이 마냥 인내한다는 논리만으로는 남북관계는 물론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 향후 전개될 흐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적극적 대화론도 있다. 쌀 비료 등 인도적 대북지원,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 전단지 살포 통제 등 할 수 있는 조치를 하자는 것이다.
'형이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게 구체화하려면 여권 고위레벨에서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화론은 나오자마자 묻히고 있다.
민주당은 다른 현안에서처럼 말만 할 뿐이다. 정세균 대표가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전단지(삐라) 살포 중단, 6ㆍ15 및 10ㆍ4선언 계승 등을 촉구했지만 정부로부터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다.
9월 영수회담 당시 이 대통령과 합의한 민주당의 대북 네트워크 활용도 구두선이 되고 말았다. 지난달 초 개성공단 방문 시 공언했던 정 대표의 방북 계획도 거의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의석이 적다는 것만 탓하기에는 너무 영향력도, 노력도 부족하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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