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초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서류봉투를 든 채 청와대를 방문했다. 외환 위기로 외자 유치에 목말라 하던 김대중 대통령에게 GM 잭 스미스회장과의 70억달러 규모의 대우차 지분 매각 협상을 보고하는 내용이었다. 국가 부도위기를 수습하느라 수심이 가득했던 김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GM과의 외자유치 협상에 화색이 돌았다는 게 김 전회장 측근들의 전언이다.
당시 349만명이 참여한 금 모으기 운동으로 190여톤의 금을 수출해 18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을 감안하면 70억달러 외자유치는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단번에 높일 수 있는 낭보가 될 수도 있었다.
▦GM 잭 스미스 회장은 세계경영을 모토로 동유럽과 아시아 남미 등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생산기지를 구축한 대우차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저울질해왔다. 중ㆍ대형차 중심의 GM과 신흥시장에서 소형차 중심의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대우가 손을 잡으면 글로벌 경쟁력이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GM측은 기대했다.
하지만 스미스 회장과 김 회장 간의 외자유치 협상은 불발로 끝났다. 대우가 유동성 위기로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스미스 회장이 발을 뺐기 때문이다. 대우차는 그룹 공중분해로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며, GM은 2002년 현금 4억달러만 투입하고 대우차를 헐값에 인수했다.
▦GM은 1990년대까지 아시아 유럽 등 주요 국가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자동차제국'을 건설했다. 전성기인 1960년대엔 미 자동차시장의 60%를 차지했다. 당시 미국인들이 알고 있는 외국차로는 독일 폴크스바겐의 비틀 정도였다. 지난해 GM을 제치고 세계 최대 메이커로 부상한 일본 도요타는 당시 미국에서 수천 대를 파는 '꼬마회사'에 불과했다. 혼다는 승용차를 생산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독점을 깨기 위해 GM에 반독점법을 적용해 제소하겠다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세계 자동차업계를 호령하던 GM도 미국 금융위기 심화에 따른 극도의 판매 부진과 과도한 종업원 복지비로 신음하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는 공룡으로 전락했다. G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대로 방치하면 미 자동차업계가 파산한다"며 미 정부에 SOS(구제금융)를 타전하고 있다. 미쉐린 메이너드는 <디트로이트의 종말> 에서 "GM이 품질과 디자인이 형편없는 차를 만들어 미국 소비자의 애국심과 향수에 호소해오다 몰락의 길을 재촉했다"고 강조했다. 품질은 애국심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디트로이트의>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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