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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워싱턴서 G20 정상회의/ 경제 파워 東進…'새 다극화 체제' 캐스팅보트 쥔 신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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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워싱턴서 G20 정상회의/ 경제 파워 東進…'새 다극화 체제' 캐스팅보트 쥔 신흥국

입력
2008.11.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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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더 이상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가 아니다." "60년 이상 잘 작동하던 체계를 뒤엎으려 하지 마라."

세계 경제 위기 해소 방안과 세계 금융경제 질서의 재편 방향을 논의할 세계 주요20(G20) 정상회의가 15일(미국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다. 당장 눈 앞에 펼쳐진 세계 경제위기의 해법을 찾자는 게 회의의 주요 의제이다. 하지만 회의의 이면에는 국제 금융질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논쟁이 도사리고 있다.

1945년 브레튼우즈 회의 이후 달러를 기축 통화로 한 미국 중심의 세계금융 질서를 더 이상 끌고 가야 하느냐에 대한 본격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는 현 체제의 근간을 유지하려는 미국, 달러 기축 체제를 흔들어 유럽 통화의 역할 확대를 노리는 유럽, 위기의 틈새에서 국제적 지위 향상을 꾀하는 신흥 경제국으로 나눠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질서의 새 판을 짜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G20을 활용하려는 나라는 프랑스ㆍ영국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G20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앞서 "워싱턴에 가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의 단일 통화였던 달러의 지위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설명할 것"이라고 13일 AFP에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945년에 진실이었던 것이 지금도 진실일 수는 없으며, 이를 받아들이는지 여부는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어떤 식으로 보느냐 하는 인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원래 프랑스의 국제 금융규제 강화 움직임에 반대하던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세계 경제질서 다극화의 다른 이름인 '신 브레튼우즈' 체계 수립을 명분으로 프랑스에 동조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3일 뉴욕에서 행한 연설에서 "낡은 금융 감독구조와 부실한 위험관리 관행으로 위기가 확대됐지만 이번 위기를 자유시장경제의 실패로 볼 수는 없다"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는 금융시스템을 개혁해야 하지만 이를 통째로 다시 만들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그는 이어 "미국보다 대출규제가 훨씬 엄격했던 유럽도 주택가격 버블로 고통 받고 있다"며 유럽이 주장하는 규제 강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G8 긴급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제안에 G20으로 확대하자고 역제안해 이를 관철시켰다. 국제 금융규제 강화는 물론 새로운 국제통화질서 수립을 요구하는 유럽국가의 공세에 대해 신흥국들이 중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담을 기존 국제 경제질서를 뒤엎는 계기로 삼으려는 프랑스ㆍ영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신흥시장국들은 위상 강화의 기회를 잡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G20 정상회담 개최는 세계 경제의 파워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지속적인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미국의 최대 채권국 지위에 오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등을 제외하고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를 수립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선진국들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ㆍ브라질ㆍ인도 등은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의 역할 확대에 찬성한다는 측면에서는 유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대미 채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 달러 위상이 급격히 추락할 것이 예상되는 새로운 통화질서 구축에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중국은 IMF 등 국제금융기구와 협력해 당면한 국제금융위기 극복에 나설 것"이라며 "IMF 내에서 적극적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2조달러에 달하는 중국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본ㆍ독일ㆍ러시아 등 기존 G8국가들은 신흥국의 역할 확대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G20 의장국인 브라질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기존 G8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인도, 멕시코 등 신흥5개국이 추가된 G13으로 개편하자는 제안에 대해 이들 3개국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새로운 국제 통화질서 구축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FT는"G20 참여국이 늘어난 만큼 첫번째 회의에서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의 탄생에 합의를 도출하기 힘들겠지만, 새로운 세계질서 수립에 신흥국들이 참여한다는 상징성도 실제 결과만큼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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