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널드 존스턴 지음ㆍ김성배 옮김/돌베개 발행ㆍ740쪽ㆍ2만5,000원
청(淸)의 마지막 황제 선통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정식 칭호보다는 부의(溥儀)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그는 1908년 만 두 살을 갓 넘었을 때 제위에 올랐으나 1912년 청이 망한 후 폐위돼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뒤 베이징의 식물원 정원사로 일하다 1967년 숨졌다.
부의는 중국 황제로는 처음으로 외국인을 사부로 뒀다.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의 스승이다. 영국 정부 관리였던 레지널드 존스턴(1874~1938)은 황제의 스승이 된 뒤 만주족 황실이 붕괴되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자금성의 황혼> 은 그 기록이다. 자금성의>
존스턴은 1919년 이홍장의 아들 이경매의 천거로 부의의 사부가 됐다. 1924년 부의가 자금성에서 쫓겨날 때까지 그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주며 정치적인 조언까지 했다. 1931년 영국으로 돌아가 1932년부터 런던대학 동양학과 주임교수로 일했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 근대사 가운데 광서제가 강유위의 개혁안을 받아 백일유신을 추진하던 1898년부터, 공화국과 황실의 타협으로 자금성 내 제한된 구역에서 퇴위한 황제로 거주하던 부의가 크리스천 장군 풍옥상에 의해 쫓겨나 톈진의 일본영사관에서 생활하다가 1931년 조상의 발상지 만주로 돌아갈 때까지 34년간을 다루고 있다.
광서제의 무술변법과 서태후의 반격, 의화단의 난에 따른 연합군의 베이징 입성, 공화국의 수립, 원세개의 집권, 풍옥상의 쿠데타와 같은 굵직굵직한 정치적 사건에 얽힌 내막이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서태후와 달라이 라마가 만난 일, 시력이 나쁜 부의가 안경을 쓰게 된 사연, 부의가 자동차와 전화를 들여오게 된 일, 부의와 인도 시인 타고르의 만남 등 흥미있는 일화들이 많다.
1924년 어느날 궁정신문에서 명나라 황제의 후예에 관한 기사를 본 저자는 그를 만주족 마지막 황제와 대면시켜야 한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 저자는 황제에게 이를 권고했고, 어느날 황제와 면담을 마친 그 후예가 감사인사를 하러 저자의 집을 찾아왔다. 그는 후작이라는 작위를 갖고 있었지만 빌려입은 예복 안에 너덜너덜한 누더기옷을 입고 있었으며 응접실도 없는 누추한 집에 살고 있다면서 저자의 답례 방문을 사양했다. 당시 저자는 자신이 모셨던 부의의 말로도 그러하리라는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출간된 이 책은 마지막 황제의 스승이 썼다는 배경에 힘입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마오쩌둥이 영어 교재로 이 책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신중국의 탄생을 기록한 에드가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 에 대비되는, 옛 중국의 몰락을 기록한 역작이다. 중국의>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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