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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에릭 클랩튼' 굴곡·방황·집착·마약·중독… 그리고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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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에릭 클랩튼' 굴곡·방황·집착·마약·중독… 그리고 극찬

입력
2008.11.1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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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 지음·장호연 옮김·윤병주 감수/마음산책 발행·460쪽·1만8,000원

거창한 수식어가 이 남자 앞에선 무척 쓸쓸하다. 에릭 클랩튼. 그의 목소리와 눈빛에 닿으면, '기타의 신'이라는 타이틀도 물컹해진다. 그 목소리와 눈빛을 굳혀 책에 담았다. 예순셋 나이에 펴낸 자서전. 앞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음악은 모든 것을 극복하고 살아남으며, 신과 마찬가지로 항상 존재한다. 구해달라고 도움을 청하지 않으며 방해물이 있어도 끄덕없다…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어떤 삶이건,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인생은 롤러코스터다. 이 명제가 참이라면, 에릭 클랩튼은 그 명제를 증명하는 도식의 기호다. 20대에 얻은 극찬과 영예, 끝모를 침체와 방황, 화려한 부활. 그건 굴곡의 표면일 뿐이다. 사생아로 태어나 자란 어린시절, 사랑에 대한 집착과 결별, 마약과 알코올 중독, 자식을 먼저 보낸 참척(慘慽)의 고통. 한 인생의 출렁이는 진폭이 변압 과정 없이 책에 담겼다. 담담하고 솔직한 말투로 클랩튼이 자신을 들려준다.

그는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때"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9살이 될 때까지 생모 패트리샤를 누나로 알고 자랐다. 10대 때 시작한 밴드 생활도 멤버들과의 갈등으로 점철됐다. 그러나 음악적 성공은 가팔랐다. 클랩튼은 자신의 화려한 과거를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적 교우를 기록한 내용만으로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비틀스, 롤링스톤스, 지미 헨드릭스, 밥 딜런…. 클랩튼의 삶의 궤적은 곧 20세기 후반 록의 역사였다.

반면 그의 내면은 금단 현상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살을 붙여가 곡이 완성됐다… 하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패티와 사랑에 빠졌다."(145쪽) 비틀즈의 멤버 조지 해리슨의 아내와의 사랑이었다. 편집증처럼 반복되는 격정적인 사랑,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간을 그는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다소 건조한 그의 노랫소리처럼, 책의 어조도 덜어낼 군더더기가 거의 없다.

클랩튼은 세상이 '섹스와 마약과 로큰롤'으로 규정지은 자신의 삶을 항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흐를 수밖에 없는 록스타의 내면을 열어 보여준다. 그런 자세마저 오만에 찬 자기 현시로 여기는 세상에 대해, 그는 진정으로 무심한 듯하다. 응고된 결핍과 상처를 음악으로 승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인생이기 때문일까. '렛 잇 그로우(Let it grow)'나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 같은 곡들이 이 책에 기록된 클랩튼의 진심을 증명할 뿐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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